당국, '투기온상' 원유시장 강력 대응···광풍 잦아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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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원유 관련 ETN 추가 안정화 조치
금감원, 소비자경보 최고 등급 재발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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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조아 기자] 전례없는 국제유가 급락세에도 반등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시장은 투기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표가치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극심해지면서 큰 투자손실이 우려된다. 이에 당국이 전액손실 가능성을 경고하는 한편, 추가 경보를 발령하면서 '묻지마 투자' 광풍이 사그라들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의 거래 정지 조치를 내렸다. 장 종료 시까지 괴리율이 30% 미만으로 정상화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오는 27일 매매거래는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재개하고, 당일에도 괴리율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정지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ETN 괴리율은 지표가치와 실제 시장가격 간 차이를 뜻한다. 원유 선물의 지속적 급락으로 지표가치가 크게 하락한 반면, 저점 매수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양상이 극심해지면서 괴리율이 커지고 있다. 전날 신한 레버리지 ETN은 한때 괴리율이 무려 1044.0%(지표가치 60원, 시장가 685원), 미래 레버리지 ETN은 239.5%에 달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사상 초유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최근 유가 급락세가 계속돼 손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전날 장 마감 기준, 투자자들이 사들인 ETN 종목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4345억원에 달한다. 유가가 더 폭락하면 이들 4개 종목의 지표가치는 0이 되고, 상장폐지로 이어져 4345억원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들 종목은 기초자산(WTI 원유선물)이 50% 이상 하락하면 지표가치가 '0원'이 돼 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이 있으니 투자자들께서는 투자에 각별히 유념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WTI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심해지자, 금감원은 이날 WTI 선물 연계 ETN에 소비자경보 '위험' 등급을 재발령했다. 앞서 지난 9일, 소비자경보 제도 도입 8년 만에 최고 수준인 '위험' 등급을 발령했는데,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2주 만에 다시 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서 투자 자제를 강력히 촉구했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광풍이 거세지자 위험 수준의 경보를 또 발령한 것"이라며 "ETN 상환 시 시장가격이 아닌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되므로, 내재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향후 원유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상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인데, 향후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추가 조치를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펼친 안정화 조치나 소비자 경보로 인해 무분별한 투자 광풍이 어느 정도 잦아들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정지 기간을 부여하고, 단일가매매로 전환하는 등의 방식은 극히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은 당국이 왜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지에 대해 냉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급락하긴 했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보수적 투자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국의 방안이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겠지만, 단일가 매매 등으로 인해 활발한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기적 요소가 진정되는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연장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 상승은 불가능하기에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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