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배드뱅크' 설립부터 난항···금감원·판매사 '입장차'
'라임 배드뱅크' 설립부터 난항···금감원·판매사 '입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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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증권사 "불완전판매 결론 나기전 과도한 책임"
금감원 "관리 주체 만드는 것 일뿐···배상과는 별개"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김태동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사모펀드를 처리하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두고 일부 판매사와 금융당국 간 의견이 상충되면서 설립 초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세부 운용 계획 없이 서둘러 참여 의견을 취합할 필요가 있냐는 일부 판매사와 하루빨리 협의체를 구성해 회수에 나서자는 금융당국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은 전날 배드뱅크 설립 참여 여부를 금감원에 통보했다. 라임 펀드 판매액이 가장 많은 은행과 증권사 등 6곳은 대부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오후 늦게까지 회의 결과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배드뱅크)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펀드 회수 관점에서 볼 때 판매사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 신뢰감과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판매사는 검토할 시간을 더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금감원에 보냈다. 세부 운용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참여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출자 규모나 방법 등 세부 운용 계획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여 여부를 확정 하긴 쉽지 않다"며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월요일(20일)에 모이고 수요일(22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하라는데, 너무 성급하게 진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밀어붙이는 것 같다"며 "참여 여부는 불확실 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배드뱅크 설립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회수 가능 자산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최선의 방향을 유도한 것"이라고 했다. 불완전판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책임을 물린다는 지적에 대해선 "배드뱅크는 배상을 하는게 아니고, 관리 주체를 하나 만드는 것"이라며 "배상과는 별개"라고 했다.

일부 판매사와 금융당국 간 의견이 충돌되면서 배드뱅크 설립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판매사들은 전날 참여 의사를 결정하고 이르면 이번 주 회의를 열어 회사별 출자비율과 출자금액, 펀드 이관 범위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참여 결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몇몇 판매사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취합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2차 회의 일정에 대해선 "판매사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는 4개 모펀드와 173개 자(子)펀드이며, 규모는 총 1조6679억원이다. 주요 판매사는 우리은행, 신한금투,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신증권 등 총 19개 사다.

주요 판매사들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가 중단된 이후로도 라임의 '돈줄'로 지목된 김봉현 회장이 실소유주인 회사로 펀드 자금이 흘러간 정황이 나오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자 배드뱅크 설립 논의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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