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적자?···갈수록 비관적인 1분기 증권업 실적
한투증권 적자?···갈수록 비관적인 1분기 증권업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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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 1분기 순익 추정치, 한 달 전比 58%↓
한투證 91억 순손실 전망···ELS평가손실·IB 큰 위축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증권사 실적이 예상보다 나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부문에서 감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대거 증시 진입으로 거래대금이 급증했음에도 이를 상쇄하긴 무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수년간 실적 선두권을 수성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 순손실로 주저앉을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제기되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증권업종 기업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65.57% 급감한 2648억원으로 집계됐다. 추정치는 1개월 전과 비교해 57.61%나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매출액 추정치도 각각 54.68%, 29.65%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주요 수익원인 기업금융(IB) 부문이 크게 위축된 것이 실적 뒷걸음의 주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IB 비중이 큰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코로나19로 관련 업무를 원활히 영위할 여건이 되지 않으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3월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기매매관련 운용자산평가손실이 발생했다"며 "기업공개(IPO) 등 IB 거래 진행 중단 및 지연으로 관련 이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ELS관련 운용손실도 존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릴 만큼, 올 들어 증시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존재감이 유난히 커지고 있다. '저점 매수'를 노리고 주식시장에 대거 진입한 것이다. 이에 신규 계좌개설과 거래대금 급증으로 이어졌지만, 증권사에 호재가 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 브로커리지 비중이 전보다 현저히 줄었고, 저마다 고객 유치 일환으로 수수료를 대폭 낮추거나 무료로 선보이면서 관련 부문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69.2% 비중을 차지하던 수탁수수료는 매년 꾸준히 감소하면서 지난해 36.5%까지 낮아졌다. 이로써 IB수수료와 대등해졌다.

실적 우려와 불투명한 업황 전망이 가시화하면서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최근 국내 증권사 6곳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무디스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및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증권사들의 수익성, 자본 적정성, 자금 조달, 유동성을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최대 실적 행진을 벌였던 주요 증권사들은 올 1분기 수백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칠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의 순이익 추정치는 543억원, 32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 81%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 달 전보다도 64%, 71% 내려앉았다. 

삼성증권의 추정치도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70.84% 뒷걸음한 324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 1분기 784억원을 거둬, 그나마 증권사 가운데 가장 양호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마저도 한 달 전 대비 추정치가 34%가량 내려간 수준이다.

특히 한국금융지주의 뚜렷한 부진이 눈에 띈다. 1분기 순이익은 97억원으로 추정됐는데, 전년 동기 대비 96% 급감한 수준이자 한 달 전 전망치(2109억원)보다도 95.4% 줄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3억원으로, 전년 동기(3086억원)보다 99.9% 줄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투자증권만 놓고 봤을 때 순손실 가능성마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6339억원을 시현하며 3년 연속 실적 선두를 수성한 바 있다. 유안타증권은 한국투자증권 별도로 91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던 지난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첫 순손실을 내게 된다.

정태준 연구원은 "적극적인 자체헤지 전략으로 인해 파생결합상품 헤지운용에서 타사보다 큰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트레이딩과 상품 손익 부문에서만 1963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올 1분기 실적이 몇 년 새 가장 비관적일 것이란 잇따르는 중에도 우호적 전망은 있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부진했던 IB 딜소싱이 4월 들어 조금씩 회복 중이고, 저금리에 따른 증권업의 장기적 수혜도 긍정적"이라며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베타성이 높은 증권업의 특성상 향후 투자심리 회복 시 반등도 가장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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