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월물 WTI 305% 폭락 '-37달러'···왜 이런 일이?
국제유가, 5월물 WTI 305% 폭락 '-37달러'···왜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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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불균형에 '선물만기 쇼크'겹쳐 '가격 왜곡'
"둘 곳 없어 공짜로도 못 사"···결제월 갈아타기
6월물 WTI 20달러·브렌트유 25달러선서 거래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시설 두 곳이 무인비행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되면서 국제유가가 19% 이상 폭등했다.(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폭락세를 이어온 국제유가가 마침내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연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락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극심한 수급불균형 속에서 선물만기까지 겹치면서 벌어진 일시적 '가격 왜곡현상'이다. 물론 전례없는 일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 305% 폭락한 수치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인데, '원유를 저장할 곳이 없으니 공짜로 줘도 안산다'는 얘기다. 즉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상황으로, 수요가 아예 실종됐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까지 겹치면서 빚어진 '기현상'이다.

이날 시장에서는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 투자자들은 5월물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했다. 이에 재고가 넘쳐나고 원유저장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제히 5월물을 팔아치우고 6월물을 사들이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왜곡됐다는 분석이다.

CNBC 방송은 "저장 탱크는 이미 채워져 더는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원유시장 이코노미스트 레이드 이안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원유를 저장할 곳만 찾을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WTI는 4.09달러 내린 20.94달러에 거래됐다.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롯했듯이 외견상으로만 보면 마이너스권에서 하루새 20달러 선으로 급등하는 희한한 모양새가 또다시 연출될 것 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WTI 10월물은 32달러, 11월~12월물은 33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미국산 원유의 수요가 올해 가을쯤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린 것으로, 결제월이 늦어질수록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이른바 '콘탱고'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25달러선에서 움직였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같은 시간 7.98%(2.24달러) 내린 25.8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 폭락은 뉴욕증시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592.05포인트(2.44%) 하락한 23,650.4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1.40포인트(1.79%) 내린 2,823.1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9.41포인트(1.03%) 하락한 8,560.73에 각각 마감했다.

금값은 소폭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7%(12.40달) 상승한 1.711.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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