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 중심' 코로나 경기부양책, 금융시스템에 독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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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銀, 美대형은행 보다 충당금 비율 낮아
"재정 지원 없는 은행 대출 장기화땐 부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으로 초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은행 대출 중심의 경기부양 정책이 은행산업과 금융시스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기업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10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6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은 18조7000억원 오른 90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자금 수요가 대폭 늘면서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이같은 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데다 정부 주도의 민생·금융안정 프로그램이 본격 진행되고 있어서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달 1~9일 정부 주도 이차보전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총 4048억원을 지원했다. 시중은행 이차보전대출 프로그램은 1~3등급인 고신용자에 대해 연 1.5%의 초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중신용자(4~6등급) 대상 초저금리 대출 재원(5조8000억원)도 이달 중 소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은행 대출에만 기댄 경기부양 정책이 은행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우선, 시장에서는 국내 은행들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버텨낼 체력을 갖췄는지에 주목했다. 키움증권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신한·KB국민·우리·하나·IBK기업 등 국내 은행 5곳의 평균 총여신대비 충당금적립률은 0.47%다. 이는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 은행 3곳의 평균치 1.66%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 대형 은행들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를 반영해 충당금을 대폭 적립했다.

문제는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은행에 비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충당금을 더 적게 쌓았음에도 정부 주도의 금융지원 부담은 더 크게 지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기업과 가계에 재정을 직접 투입하고 이 과정에서 은행이 정한 금리로 대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재정을 실물경제에 투입해 금융위기로 옮겨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이자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고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이 가능해진다.

반면, 한국 정부는 초저금리 대출 시행 등 은행 자금을 동원해 시장에 투입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개인사업자와 중소법인에 대해 6개월간, 가계 신용대출은 1년간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연히 우리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한다고 해도 그 수요가 미국보다 적을 수밖에 없고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어서 은행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선 지원하는 방법을 선택했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금융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리금 상환 유예를 통해 위험을 뒤로 미루면 연체율이 낮아져 일시적으로 은행 실적에 긍정적일 수는 있지만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위험을 미뤄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은행과 같이 충당금 적립, 자본확충 등으로 위기에 적극 대비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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