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공약에 무관심한 책임
배부른 공약에 무관심한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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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 주가 5000선 돌파라...
과연 선거철은 선거철이다. 1년 새에 30% 가량의 주가지수 상승만으로도 행여 거품이 이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터인데 앞으로 5년간은 거푸 그 정도의 주가지수 상승이 있으려나 보다. 그나마 내년 중에 3000을 돌파할거라니 1년간은 50%를 넘어 거의 60% 수준의 주가상승이 있을 거라는 얘기다.

이 말은 지난 14일 오전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 들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투자자들 앞에서 주장했다는 말이다. 무명 후보도 아니고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의 장담이니 투자자들은 혹여 그 약속에 마음이 설레었을까 모르겠다. 그날 주가지수는 코스피 지수가 20포인트 이상 빠지며 1900선마저 붕괴돼 유력 대선후보의 장밋빛 전망보다는 아시아 증시의 동반하락 분위기에 더 강하게 휩쓸려 들어가 버렸지만 말이다.

절대빈곤 상태에서 혹은 구멍가게 규모에서 궁핍한 수준의 국가경제를 운용하는 것도 아니고 내실 여부를 떠나 이미 세계 10위의 문턱까지 이른 나라 경제의 운용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그러니 이제 임기 내에 바벨탑을 쌓겠다는 식의 뭘 이룩하겠다는 공약 거의 대부분이 거품일 수밖에 없음을 우리 서로 알만도 한 멀쩡한 공수표들이다.

그 모든 공약이 다 지켜진다면 그야말로 낭패가 날 터무니없는 헛공약인 줄은 유권자들도 웬만큼 다 안다. 그런데도 출마자나 유권자나 선거철만 되면 서로 뻔히 알면서 속고 속이기 게임을 물리지도 않고 즐긴다. 이게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선거문화만은 아니지만 어느 누구보다 우리가 좀 더 그런 게임 방식에 깊이 물들어 있는 듯하다.

물론 그 많은 공약들 중에는 당장 발등의 불이나 다름없는 사회적 현안들이 포함돼 있을 터이고 국가의 미래 전망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를 두고 각각의 다른 방식들이 선보일 수 있으니 어떻게든 해결돼야 하는 일들의 그 해결방식을 놓고 ‘선택’을 하는 게 선거일 터이다. 한사람의 구국의 영웅이 나서서 깃발 들고 흔들며 외치는 구호에 줄맞춰 발맞춰 행진하는 사회는 이미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종교적 이념을 깃발 삼아 행진하는 사회는 물론 남아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특정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도 아니다. 국가발전 단계로 봐서도 깃발 들고 일제히 행진하는 단계는 지나도 한참 지났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사회엔 아직도 그런 향수가 짙게 남아있나 보다. 아이돌 스타 말고도 정치적 영웅이 나타날 것을 믿고 싶은 이들이 여전히 많은 모양이다. 그렇기에 작은 차이는 보지 않고 큰 선물 보따리 내놓으라고 유권자들은 성화이고 출마자들은 그런 유권자들 앞에 뻔한 공수표들을 마구 날린다.

정치와 경제가 결코 서로 분리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정치인들이 할 몫은 국민이 선택한 ‘방향’으로 경제가 흐르도록 물꼬를 트는 데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상 미주알고주알 참견해서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 어느 분야든 그 분야만의 전문가들이 있기 마련이니 참견이 도를 넘으면 파열음이 생기고 책임 공방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자본의 자유'를 마냥 절제 없이 방치해서 좋을 리는 없다. 사춘기 반항아들처럼 사회적 규제에는 저항하고 배고픈 아이처럼 늘 정책적 특혜를 달라고 칭얼대기만 할 뿐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찾아 지려는 모습은 보기 어려운 한국사회 재벌들을 위시한 여러 힘 있는 집단들, 그들만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만, '영악한' 정치인은 한편으로 명백하게 쏠린 주장일지라도 여러 재료 혼합한 ‘종합선물세트’로 가공하고 겹겹이 포장도 그럴싸하게 해서 공약으로 내놓는다는 점이다. 주 타깃이 있다고 나머지 표를 포기할 리 없으니 당연히 그리 한다.

그러니 유권자는 그 포장을 뜯어서 내용물을 꼼꼼히 확인해 볼 일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나없이 관심들이 너무 적다는 게 참으로 문제다. 이런 무관심, 무책임의 결과를 과연 어떻게 받으려나 모르겠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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