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3년 이상 재고 처분 기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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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고사 위기···정부 상대로 백화점·아울렛에서 한시적 판매 허용 요청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면세점 업계가 재고를 한시적으로 백화점·아울렛에서 팔게 허락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면서 쌓여만 가는 재고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17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주요 면세점 업체는 한국면세점협회와 함께 지난 7일 관세청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면세품의 일반 유통망 판매를 요구했다. 외국산 제품에 한해 관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내더라도 재고 면세품을 통관을 거쳐 내국인에게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유행이 지나 처리가 어려운 3년 이상 재고가 대상이다. 

이와 함께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으로 대표되는 해외 소비자가 면세품을 구입해 곧바로 국제우편 등으로 해외 반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을 요구했다. 

면세점은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된다. 면세점 업체들은 대부분 면세품의 값을 먼저 치른 뒤 소비자에게 판다. 팔 물건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전에는 주문해야 원활하게 판매가 이뤄질 수 있다. 수요가 없으면 재고는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면세점 업체들은 규정상 팔리지 않은 재고품을 반품하지 못한 경우 소각 폐기해야 한다. 

물건을 팔 곳이 없자 물류 창고 가동률도 크게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면세점들의 물류센터 가동률은 이달 들어 150%가량 뛰었다. 호텔롯데(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327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신라면세점·8493억원)·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6369억원)·현대백화점면세점(1197억원) 등도 재고 자산이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면세점 업계는 지난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에도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재고 판매 허용을 요청했다 거절당한 바 있다. 면세품 재고 판매가 허용된다면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면세점 업계가 재고품 판매를 요청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하루 이용객은 3424명(도착 2950명, 출발 47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처음이다. 공항 이용객이 줄자 면세점 매출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2월 매출은 1조1025억원으로 전월보다 45.5% 떨어졌다. 3월에는 이보다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자 면세점 업계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에선 실제 일반유통망에서 판매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품이 일반유통망을 통해 판매되려면 일반유통망 판매가 금지된 현행 규정을 한시적으로 예외하는 등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한시적으로라도 재고품을 백화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해준다면 조금이나마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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