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줄강등, '골든타임' 놓칠라···기업들 '전전긍긍'
신용등급 줄강등, '골든타임' 놓칠라···기업들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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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나이스신용평가, 13∼14일 총 9개사 전망 하향
국고채-회사채 금리격차 10년래 최고···조달 비용 급증
정부지원, AA 등급 위주···'회사채 신속인수제' 내달 시행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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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 실적과 자금 조달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연이어 하향 조정됐다. 반면 정부의 지원은 신용등급 강등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자금 조달시장 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13∼14일 총 9곳(중복 포함)의 기업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신원(BBB-)과 SK에너지(AA+), 에쓰오일(S-Oil)(AA+), 롯데쇼핑(AA)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풍산(A)의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한기평은 또 롯데컬처웍스(A+)와 메가박스중앙(A-), 호텔신라(AA) 등도 지난주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평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신용등급 BBB+)와 넥스틸(BB), 대성엘텍(BB+)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고, 풍산(A)의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했다. 

이달 들어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오르거나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은 기업은 15곳에 달한다. 작년 4월엔 1개사에 그쳤다. 

신용등급 전망은 향후 신용등급의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다. '부정적'으로 전망된 기업은 실제 수개월 안에 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더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아예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국고채에 가산금리를 적용해 산정하는 회사채 금리는 10년래 최고치까지 높아지고 있다. 자금조달시장에서는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되면서 회사채가 극단적 상황에서는 가치 없는 종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연 2.126%)와 같은 만기의 국고채(연 0.996%)금리 격차는 1.13%p를 기록하며 2010년 3월 이후 최대 격차를 나타냈다. 회사채와 국고채의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벌어질수록 기업의 부도 위험도 커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이스신평은 최근 보고서에서 "광범위하게 진행 중인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현상은 지역별 확산·소강·소멸 가능 여부와 시점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산업별로 10∼30% 수준의 생산과 판매 위축을 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정부의 지원은 자금조달 환경이 냉각되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정부는 이달 들어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 등을 가동하며 지원을 시작했지만 지원 자체가 지나치게 신중하게 이뤄지다 보니 조달시장 경색 국면을 해결하는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투자위험이 작은 기업 위주로 접근하며 정작 자금 조달이 급한 기업들에게는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의 펀드 운용사들이 매입의사를 보인 기업들은 기아자동차,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으로 이들 기업들의 회사채는 모두 AA등급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방안인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다음달이 되야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신평사들의 기업 신용등급 강등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면서, 정부가 준비한 지원방안이 모두 가동되기 전에 신용등급 하락 사례가 급증할 경우 자금조달시장 경색 해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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