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고급스럽게"···재개발 수주전, 브랜드 '네이밍' 승부수
"더 고급스럽게"···재개발 수주전, 브랜드 '네이밍'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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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브랜드+펫네임'부터 '원네임'까지
초브랜드 시대···"외래어 복잡해" 지적도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 조합 측에 제시한 '트릴리언트 반포' 브랜드 로고. (자료=대우건설)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 조합 측에 제시한 '트릴리언트 반포' 브랜드 로고. (자료=대우건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건설사들이 단지 네이밍에서 승부수를 찾고 있다. 강남권 단지 자체가 살아있는 광고판 역할을 하는 만큼 브랜드를 내건 이미지전(戰)에 공을 들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 입찰보증금과 제안서를 내고 참여 의사를 밝혔다. 

대우건설이 조합에 제안한 단지명은 '트릴리언트 반포(TRILLIANT BANPO)'다. 반포3주구의 3을 의미하는 Tri과 눈부신, 광택을 의미하는 Brilliant의 합성어로, 반포3주구만을 위한 원네임 브랜드를 선보였다. 

독자적인 브랜드를 위해 자사의 브랜드명 '푸르지오'를 과감히 삭제한 것이다. 한남동 '한남더힐',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혹은 '트레마제 등으로 잘 알려진 원네임 브랜드 전략을 반포3주구에도 적용했다.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높이기 위해 고깔 형태로 연마하는 '트릴리언트 커팅' 방식과 같이 반포3주구가 가진 잠재력을 미래 가치로 극대화하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대우건설 측 설명이다.

대우건설과 2파전을 벌일 삼성물산은 단지명 공개에 앞서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이라는 프로젝트 콘셉트를 발표했다. 입찰제안서와 함께 단지명을 제안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조합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아파트 네이밍을 미뤘다.

삼성물산은 프로젝트 콘셉트에 반포 내에서도 차별화되는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과 대를 이어 살고 싶은 주거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 각오를 먼저 담고, 향후에 아파트 이름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입찰 때 단지명을 정하고 들어갈 수 있지만 조합이 원하는 단지명을 정하기 위해 프로젝트 콘셉트만 먼저 제안하고 소통을 거쳐 단지명을 확정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번에도 그런 케이스인데, 우선 콘셉트에 집중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이 한남3구역 조합에 제안한 단지명. (자료=GS건설)

부촌의 입지를 강조하고자 지역명을 건설사 브랜드명 앞에 두는 사례도 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에 뛰어든 호반건설은 단지명을 '신반포 호반써밋'으로 설정, 경쟁사인 삼성물산(래미안 원 펜타스), 대림산업(아크로 하이드원)과 달리 지역을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는 명품 브랜드 이미지 각인을 위해 브랜드명을 앞에 두고 싶어하지만, 지역 프리미엄을 누리려는 조합원들의 심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강북권 역대 최대 규모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한남3구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공사 입찰에 나선 GS건설과 현대건설, 대림산업은 각각 '한남 자이 더 헤리티지', '디에이치 한남 더 로얄', '아크로 한남카운티'로 단지명을 정했다. 저마다 고급 브랜드를 적용했다는 점은 같으나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브랜드를, GS건설은 지역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브랜드 경쟁이 '4세대'로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아파트 시대가 시작된 초기에 '회사명'을 붙이다가 90년대엔 '단지명+회사명'을, 90년 후반대에는 '상표명'을 달아 쓰던 때를 거쳐 이젠 '원네임'이 등장한 초브랜드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름 경쟁이 심화하면서 어려운 외래어, 여러 외래어 낱말을 조합한 단지명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좋은 의미의 외래어를 합성해 지었다지만 기억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이름은 조합원들에 이질감을 더해줄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이름은 첫 이미지를 좌우하는 데다 상품의 특장점을 홍보할 수 있어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면서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여지없이 외래어를 활용하고 있는데, 일부 조합원들은 '입에 붙지 않는다'며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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