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평판 때문에 '리볼빙' 안할 수 있나?
[데스크 칼럼] 평판 때문에 '리볼빙' 안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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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2015년 대거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 되는데다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갖는 일종의 하이브리드증권이다. '증권'이라는 단어가 붙긴 했지만, 주식은 아니다. 그럼에도 만기가 긴데다가 변제의무 순서가 우선주와 후순위채 사이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발행사의 자기자본으로 잡힌다. 자본확충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 규제를 충족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난 2015년 은행들은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대거 발행했는데, 다음달부터 조기상환을 할지 결정하는 이른바 '콜옵션 행사' 기간이 다가온다. 만기가 25년 가량 더 남았지만 발행한지 5년여 만에 이를 조기상환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가 당장 다음달 29일과 11월 16일까지 각각 800억원과 15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만기전 상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은행도 오는 6월 10일까지 5597억원, BNK금융지주도 6월 24일과 8월31일까지 각각 800억원과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같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같은 콜옵션 행사 권한은 은행들에게 있다.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금리다. 

2015년 발행 당시 연 3.952%~5.00%에 달했던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 2~3%대로 떨어졌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되면서 금리가 다시 치솟고 있다. 

결국 은행들은 이자 비용을 비교한 후 또다른 신종자본증권 발행, 즉 '차환발행'을 통해 조기상환하는 콜옵션을 행사하든, 기존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조기상환을 하지 않지 않고 빚을 계속 지고 가는 '콜옵션 미행사'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금리보다도 더 고민하고 있는 것은 외부적 시각과 평판인 듯 하다. 

외부적 시각과 평판에는 △조기 상환을 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인다는 점, △최근 은행들의 BIS 비율을 완화해 주려는 금융당국에 대한 눈치 등으로 추려볼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대한 BIS비율 규제를 완화해 주려는 현 시점에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들여서라도 신종자본증권을 미리 갚지 않고 투자자들의 자금을 묶이게 한다면 금융당국에 대해 염치(?)없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분위기인 듯하다. 

신종자본증권이니 콜옵션이니 조기상환이니 어려운 단어들이 들어간 상황이긴 하지만, 개인들이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다 갚지 않고 일부 빚을 남겨두는 '신용카드 리볼빙(revolving)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슷할 것이다. 

개인들은 평판 또는 외부 눈치를 염려해서 리볼빙을 하고 안하고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리볼빙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있어 오로지 자신의 자금 사정만을 고려할 뿐이다.

은행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자본 조달면에서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실리적 판단'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느 업종을 막론하고 자본 확충이 녹록치 않은 현재는 더더욱 그렇다. 

공적 기능, 외부적 이미지 등이 강조돼 온 은행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실리적 판단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물경제 침체 파장이 금융시장으로까지 전이될 우려가 높은 현재로서는 은행들이 자본조달 방법상의 유불리만 놓고 판단하는게 결국 '경제 혈관'으로서의 공적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김호성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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