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1분기 실적 '먹구름'···"2조원 영업손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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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재고손실로 역대 최악의 실적 가능성
4월 둘째 주 복합정제마진 –0.7달러···4주째 마이너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정유업체들의 올해 1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로나19라는 돌발 악재와 맞물린 정제마진 하락, 석유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4대 정유사의 영업손실이 2조원으로 추정되는 등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7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 수익의 핵심 지표로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제마진은 3월 셋째 주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4주 연속 역마진을 기록하고 있다. 

2월 둘째 주 4달러까지 올랐다가 하락세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지난달 들어 1.4달러까지 추락한 후 둘째 주 3.7달러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3월 셋째 주 -1.9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넷째 주 –1.1달러. 이달 첫째 주 –1.4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이 약세인 가운데 코로나 영향으로 유가 하락까지 맞물리면서 1분기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유사들이 기존 구매한 원유 재고의 가치가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유가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경우 재고평가손실도 더 커지기 때문에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1분기 말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3.3달러로 연초 대비 64.4% 하락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제품 가격 약세와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특히 운송 수요 급감으로 가솔린 크랙(원유와 석유제품 가격 차이)의 경우 2000년 이후 가장 악화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최근 3개월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3311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67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액은 11조2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17% 감소할 전망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으로 정유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며 석유화학의 경우 P-X 스프레드는 축소됐지만 프로필렌(Propylene)과 벤젠(Benzene) 스프레드가 확대돼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며 "기말 재고평가손실과 원재료 투입시차로 1분기 원유도입단가(OSP)가 상승해 비용부담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수요 충격을 반영해 올해 세계 원유수요 증가분 추정치를 기존 0.8mbpd에서 –5.7mbpd로 하향한다"며 "이는 2008~2009년 금융위기에서 겪었던 원유 감소분과 지난 3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수요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분기를 저점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에쓰오일도 1분기 4268억원의 영업손실이 전망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다만 매출액은 5조56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7%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황 연구원은 "정유 부문에서는 기말 재고평가손실과 유가 급락 전 구매한 원재료 투입시차로 인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코로나 확산으로 가솔린, 항공유 수익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는 별도 컨센서스는 없지만 연결 대상인 지주사 GS의 실적 보고서에서 5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유가 급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 손실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BNK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지난 6일과 3일자 보고서에서 각각 7175억원, 57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 부문 적자가 85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석화와 윤활유는 흑자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라며 "1분기는 역대급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4~5월 정제마진 개선으로 2분기부터 적자 폭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오일뱅크도 컨센서스는 없지만 1분기 영업적자가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지난 10일 현대중공업지주 보고서를 통해 연결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손실을 4782억원으로 추정했다. 양지환 연구원은 "유가 하락과 고유황유(HSFO)·저유황선박유(VLSFO) 스프레드 축소 등의 영향으로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실적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주사 실적도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비(非)OPEC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가 지난 12일 합의 결과를 내놨지만 유가 안정은 아직 미지수다. OPEC+는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일일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감산 규모가 코로나로 인한 수요 감소 영향을 상쇄시키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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