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증권사 직접 대출' 카드 언제 꺼내나
한은, 사상 첫 '증권사 직접 대출' 카드 언제 꺼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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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번주···우량 회사채 국한·담보비율 제한 등 '위험 최소화'
외환위기 때도 '우회대출' 선택···"회사채 직접매입 가능성은 희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한국은행이 추가 유동성 공급 대책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증권사 대출 (회사채 담보) 카드를 이르면 이번주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자금 공급보다 한 발 더 나간 조치다.

한국은행 측이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은행이외의 금융사에 대한 비상대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언급해 온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최근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매입이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예정된 조치를 앞당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의 지급보증과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한은이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극단적인 유동성 공급 방식을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한은은 한은법 등을 이유로 그 가능성과 관련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12일 한국은행과 투자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한은은 비은행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긴급대출 프로그램의 초안을 정부 부처와 공유한 뒤 의견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법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영리기업에 대한 대출을 의결하기 전 정부 의견을 먼저 듣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이와관련 한은 관계자는 비상대출 프로그램을 빨리 마련하려고 준비 중인데, 아직 정부 쪽 의견을 받지 않은 상태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이달 20일 종료되는 만큼 정부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이번주 후반 임시 금통위에서 비상대출 프로그램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은이 예고한 비상대출 프로그램은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 자금을 직접 공급(대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회사채의 발행, 유통에 관여하는 증권사가 그 대상이다.

앞서 한은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12월 한은법 제80조를 적용해 은행 이외 금융기관에 대출한 적이 있다. 당시 한은은 증권사와 종합금융사(종금사)에 자금을 공급했다. 하지만 직접 대출은 피했다. 공적 금융기관인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이번에 한은이 증권사를 상대로 채권담보대출에 나설 경우 사실상 처음있는 일이 된다. 회사채를 담보로 받아주는 대출방식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은이 현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은은 담보채권을 우량 신용등급으로 한정하고 담보인정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가동 중인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한은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프로그램이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처방이라면 비은행권 비상대출은 추가 충격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회사채·CP 관련) 금융시장의 불안이 현재로서는 진정된 상태라고 본다"면서 "그렇지만 코로나19의 향후 전개, 또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남아있고, 거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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