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갈등' 방관하는 산업부·재검토위···'사용후핵연료' 해결의지 있나
'지역갈등' 방관하는 산업부·재검토위···'사용후핵연료' 해결의지 있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성원전 사고 시 경주외 울산‧포항에도 영향"
"지역별 방사능 영향 산정 기준 정량화해야"
주변지역 단순 지원 아닌 '보상' 의미 접근 필요
월성원전 중심 80km 행정 구역 분포 및 그 중심. (자료=원자력안전연구소)
월성원전 중심 반경 80km 내 행정구역 분포. (자료=원자력안전연구소)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한지 10개월이 지난 현재 경주와 울산의 지역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주민의견 수렴 범위 관련 공정한 기준없이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를 단독 출범시키고 이를 의도적으로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검토위가 임시저장시설 증설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민의견 수렴 범위는 미래에 건설될 고준위 방폐장과 원전 주변지역 보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방사능 피폭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단순 지원이 아닌 배‧보상의 의미가 정립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월성원전 중심의 지역별 방사능 피폭 영향 평가 결과를 제기한 가운데 난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 "월성원전 사고 시나리오상 집단선량은 울산‧포항‧경주 순"

원자력안전연구소에 따르면 가상사고를 조건으로 월성원전 반경 80km 내 행정구역의 방사능 피폭 영향을 평가했을 때 지역의 전체 피폭량(집단선량)은 울산‧포항‧경주 순으로 높았고, 개인별 피폭량의 경우 경주‧울산‧포항 순으로 분석됐다. 각 해석은 확률론적 평균값을 기준으로 평가됐으며, 3개 지역의 결과는 약 2배 이내에서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원자력안전연구소
자료=원자력안전연구소

연구소는 총 9가지 사고 시나리오 가운데 월성원전 1개 호기에서 비상노심냉각계통의 배관 파단으로 방사성 물질이 격납건물 외부로 방출됐을 경우를 가정했다. 월성 원전을 중심으로 마일(mile) 단위로 반경 1.6km(1mile)부터 80km(50mile)까지 나누고, 해당 범위 안에 포함된 450여개 동(洞) 단위 인구를 묶어서 세분화했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단체로는 부산광역시와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북도, 경상남도, 경주시, 포항시가 포함됐다. 

경주와 울산, 포항을 놓고 봤을 때 지역별 집단선량과 개인평균선량의 순서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인구와 풍향, 방사능량 등의 변수 때문이다. 집단선량이란 방사성 피폭으로 인해 특정 인구집단에 나타날 수 있는 확률적 영향이나 위험을 평가할 때 사용된다. 울산의 집단선량이 경주보다 큰 이유는 평가 대상이 된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고, 포항의 경우 풍향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현재 지역실행기구를 둘러싼 경주와 울산의 갈등도 위험도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기준 없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검토위가 지역에만 맡긴채 방관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재검토위에 따르면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경주시 전체를 의견수렴 범위로 설정하고 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가장 높은 집단선량을 보인 9번째 시나리오로 분석했더니 경주 지역을 포함해 울산과 포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예를 들자면 1개 호기에서 해당 사고 발생을 가정했을 때 경주 지역에서 10명이 사망했다면 울산에는 중상자가 100명이라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재검토위 전문가그룹 회의 당시에도 지역별 방사능 영향에 대한 산정 기준을 정량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 제기했다"며 "지역 공론화를 비롯해 향후 보상 측면에서도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발주법)'에 따른 지원 대상이 아닌 객관적인 기준과 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검토위는 지난달 18일 열린 22차 회의에서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 의견 수렴과는 별개로 울산 등 인접지역의 이해당사자 범위 설정을 두고 논의를 벌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포항시와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등도 거론됐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반경 3~5km의 예방적보호조치구역(PAZ)과 20~30km의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UPZ)로 구분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의견수렴 범위가 확장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방사선비상계획구역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해당 구역에 울산 중구과 남구, 북구 등이 포함되므로 협의 대상은 상위 광역단체인 울산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더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가장 객관적"이라며 "30km 내 포항시가 포함된다면 함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원전과 발전소 '주변지역'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원전. (사진=김혜경 기자)

사용후핵연료 관련 지역 의견수렴 범위가 중요한 이유는 향후 '원전 주변지역'의 정의를 재정립하는데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이거나 혹은 폐쇄된 원전을 비롯해 향후 건설될 중간저장시설‧영구처분장 운영지역에 대한 공정한 지원 기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재검토위 전문가그룹 보고서에도 영구처분장 등 설치 지역에 대한 지원 원칙과 방식 관련 의제가 포함된 바 있다. 그동안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주민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지원과 지역경제가 지원금에 종속되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989년 제정된 발주법에 따르면 발전소 주변지역이란 발전기로부터 반경 5km 이내 육지 및 도서지역이 속하는 읍‧면‧동 지역이다. 다목적댐 발전소와 발전원 종류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용량 이하의 발전소를 제외하고 통상 이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지원 형태는 △발주법상 지역지원 △지역자원시설세 납부 △사업자 지원사업 등이다. 2006년 발주법 개정을 통해 기존 기금지원사업 외에 한수원 등 사업자의 자체 지원사업이 추가됐고, 가동 원전을 대상으로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도 도입됐다. 

일반적으로 원전과 인접한 거리에 거주할수록 사고 시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정부가 비상계획구역을 예방적보호조치구역과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분류한 이유는 전자의 경우 실제 사고 발생 시 방사능 누출 전이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주민소개 등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다만 위험 여부보다는 주민보호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이라는 성격에 가깝다. 앞서 재검토위 발족 전 준비단에서도 지역공론화 의견 수렴 범위를 두고 원자력산업계 5km와 지역‧시민단체 30km가 대립한 바 있다. 발주법상 주변지역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기준이 된 셈이다.  

'발주법 기준 반경 5km'가 원전 주변지역으로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것. 현행 발주법상 지원제도는 잠재적 위험 감수에 대한 보상 의미로는 볼 수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 소장은 "원전은 방사능 문제로 인해 화력발전이나 댐 등과는 기술적인 평가를 통해 다른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 대상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명확하게 정한다면 단순 지원금 성격이 아닌 배상 혹은 보상의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6월 원전소재지역 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원전 소재지는 발주법상 지원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며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의 보상안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원전으로 인한 위험성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고, 보상금이 원칙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2015년 11월 조세재정연구원의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도 발주법상 지원이 경계를 맞대고 있는 두 집단에 임의로 할당되고 있다는 점과 지원금 배분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지역자원시설세의 경우 해당 자치단체에서 법 제정 취지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기보다는 재정을 보조하는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안전과 방재 관련 예산 지출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양산시와 부산 금정구, 포항시, 울산 북구, 삼척시, 영덕군, 부안군, 함평군 등은 원전이 입지한 기초자치단체와 경계를 맞대고 있으면서 유사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며 "이들 8개 자치단체와 원전이 입지한 기초자치단체는 성격이 유사함에도 한쪽에는 재정 지원이 다른 한쪽에는 지원이 없다"고 분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진영 2020-05-12 15:13:55
울산시민은 정말 불쌍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