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때문?···'고강도 자구책' 고민에 빠진 두산중공업
탈원전 때문?···'고강도 자구책' 고민에 빠진 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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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탄발전 수주 감소 등 '복합적'···두산건설 매각설 '솔솔'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 (사진=김혜경 기자)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달 27일 국책은행 2곳이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긴급 수혈을 결정하면서 두산 측이 내놓을 고강도 자구책에 관심이 쏠린다.

채권단은 자구 노력에 따라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 원인은 세계 석탄‧원자력발전 시장의 급격한 퇴조를 간과한 점과 2013년 약 2조원을 투입해 두산건설을 끌어안은 영향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두산건설 매각설도 제기되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탈원전·탈석탄 사업구조로 변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수년에 걸쳐 야금야금 줄어든 '해외 석탄발전 수주'

두산중공업은 산업의 기초 소재인 주단조와 발전 설비, 해수담수화플랜트 등을 제작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설·공작기계, 산업차량 등 각종 기계를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와 소형 건설기계 전문업체 밥캣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외에 건설업‧부동산 임대업을 수행하는 두산건설, 골프장을 운영하는 두산큐벡스 부문이 있다. 발전 부문은 크게 화력과 원자력, 복합화력, 열병합, 보일러, 터빈‧발전기 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제외한 두산중공업 전체 매출에서 발전설비 관련 매출이 70% 이상을 자치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두산중공업의 수주 실적은 하락을 거듭해왔다. 두산중공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조6000억원으로 내려앉았던 수주 실적(주요 계약 위주로 집계)은 2010년 12조5597억원, 2011년 10조1015억원으로 10조원대로 올라섰다가 2012년 5조5099억원을 기록하면서 반토막났다. 이어 △2013년 3조2504억원 △2014년 5조1761억원 △2015년 5조9042억원 △2016년 6조6674억원 △2017년 3조3637억원 △2018년 2조7302억원 △지난해 2조5036억원으로 집계됐다. 

두산중공업의 재무 악화 원인은 석탄발전 사업 실패 영향이 더 크다. 석탄발전 경쟁력 악화로 국내외 수주 물량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거론하는 탈원전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5년간 국내 원전 관련 수주는 신고리 5‧6호기 주기기 계약(2조992억원)이 있었던 2014년을 제외하면 전체 계약에서 20%를 넘지 않는다. 앞서 산업은행 측도 "원전 발전 지연 혹은 세계적인 트렌드에 의해 영업상의 어려움이 온 것으로 파악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10조원대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던 2011년의 경우 2조621억원 규모의 UAE 바라카원전 공급계약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내외 석탄발전 관련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 △베트남 몽중 II(Mong Duong II) 석탄화력발전소 1조3316억원 △인도 벌크오더 Ⅱ(Bulk Order Ⅱ) 석탄발전소용 보일러 8557억원 △신보령 1‧2호기 보일러‧터빈 7300억원 등이다. 

2012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화플랜트 1조1078억원 △인도 Bulk Order Ⅱ 라라(Lara) 석탄발전소용 보일러 5588억원 △여수화력발전 1호기 보일러‧터빈 공급 2282억원 등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응이손 II(Nghi Son II) 발주지연과 사우디 제다(Jeddah) 프로젝트의 수주실패 등의 요인으로 당초 계획보다 5조원 미달되는 수주 실적을 냈다. 국내 원전 관련 수주에는 한울 3‧호기 증기발생기 교체공사 등이 포함됐다. 

2016년 6조원대 수주실적을 기록했던 이유도 석탄화력발전소 수주 영향이 컸다. △인도 와하푸르(Jawaharpur) 석탄화력발전소 1조2143억원 △인도 오브라C(Obra-C) 석탄화력발전 1조1888억원 △사우디 파드힐리(Fadhili) 복합화력발전 1조530억원 △필리핀 수빅 레돈도(Subic Redodndo) 석탄화력발전 9706억원 등이다. 이중 원전 관련 수주는 △한빛 5‧6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2286억원 △신한울 1‧2호기 변경계약 193억원 △UAE 1~4호기 변경계약 1244억원 등으로, 3723억원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해외 석탄발전 관련 수주계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계약 규모가 가장 큰 건은 1조7831억원의 삼척화력 1‧2호기 EPC 건설이었다. 국내 원전 관련 수주는 △한울 1‧2호기 RRVH 1280억원 △신고리 5‧6호기 주설비공사 변경계약 458억원 △신고리 5‧6호기 NSSS ESC 398억원 △한울 3‧4호기 및 한빛 5‧6호기 CEDM노즐 예방정비 475억원 등이다. 총 2941억원으로 집계돼 2016년과 비슷했다. 

지난해에도 1조원을 상회하는 해외 석탄발전 관련 수주는 없었다. 5547억원의 베트남 번퐁(Van Phong)1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가 가장 규모가 컸다. 원전 관련은 해외의 경우 영국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설비 공급(1994억원)을 비롯해 △신한울 1‧2호기 변경계약 815억원 △신고리 5‧6호기 주설비공사 건설 396억원 △신고리 5‧6호기 핵증기공급계통(NSSS) 변경계약 209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국내외 원전 관련 수주는 총 3635억원이다. 

지난 10년간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꾸준히 줄었다. 2011~2013년까지 매출액은 6~7조원대, 영업이익은 4000억원대를 유지하다가 2014~2015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원대, 2000억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2016년 매출액 4조7053억원, 영업이익2834억원을 기록한 후 2017~2018년 매출은 4조원대 초반, 영업이익은 1000억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매출 3조7086억원, 영업이익은 87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011‧2013‧2017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적자를 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 화력 최종투자 규모는 2015년 88GW에서 2018년 23GW로 급감했다. 2018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대규모 구조조정를 통해 전력 부문에서 1만2000여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독일 지멘스도 세계 발전 사업장 중 절반을 매각하거나 폐쇄했고, 화력발전 부문에서 6000여명을 감원했다. 

일본의 원전 3사인 도시바와 히타치, 미쓰비시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도시바는 미국의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를 떠앉다 몰락의 길을 걸었고, 히타치는 원전 사업에서 벗어나 전력망 부문을 강화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구상하고 있다. 미쓰비시의 경우 가스터빈을 시장 점유율을 강화하고 있다. 히타치과 미쓰비시는 비용 문제로 각각 영국과 터키 원전 건설을 포기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해당 원전을 다시 짓는다고 해서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과거 한국중공업이 두산그룹에 흡수되기 전 공기업 및 공공기관 일각에서도 인수 관련 내부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매각 카드도 '만지작'

두산 측이 제시할 자구안에는 크게 △사업 매각 △오너일가 고통 분담 △고정비 절감 △사업구조 재편 및 향후 계획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몇 년 전부터 고정비 절감 차원에서 퇴직과 휴직을 반복해왔다.

지난해 상반기 사무직 과장급 이상 50% 유급 순환 휴직 실시와 임원 20% 감축에 이어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4일까지 만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또 제한된 유휴인력에 대해 일부 휴업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지난 2일에는 두산그룹 전체 임원이 급여의 30%를, 두산중공업의 경우 부사장 이상은 급여의 50%, 전무는 40%, 상무는 30%를 각각 반납하기로 했다. 대주주의 자구노력 방안으로는 3‧4세 30여명 정도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담보로 잡힐 예정이다. 

두산건설 매각과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켓을 통한 자금 조달안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우량 기업인 두 회사를 두산중공업과 분리하는 방안이다. 중공업을 인프라코어‧밥켓 지분을 가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후 투자회사를 지주사인 ㈜두산과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상반기 내 중동‧동남아 지역에 발전플랜트, 해수담수화 관련 2조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예정돼있다"며 "과거 10조원대 수주 규모에 비하면 최근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풍력발전의 경우 올해 서남해 등 해상풍력 위주의 발주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9월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서 진행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최종조립 작업 모습.(사진=두산중공업)
지난해 9월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서 진행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최종조립 작업 모습. (사진=두산중공업)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된 진단을 통해 자금 투입을 결정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은 2023년까지 신사업 비중을 절반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사업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발전용 가스터빈과 신‧재생, 서비스 등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실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국내 발전사를 대상으로 가스터빈 공급과 함께 서비스 사업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풍력발전의 경우 2006년 3MW급 풍력 발전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후 지난해 6월에는 5.56MW 해상 풍력 발전시스템에 대한 형식인증을 획득했다. 2017년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를 준공을 시작으로 영흥풍력 2단지와 상명육상풍력, 서남해해상풍력 프로젝트을 체결했다. 

다만 신사업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전체 채권액은 4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한국의 공적 자금이 지속 지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단 두산 측에서 자구안을 제출하면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지원금 회수 문제도 고려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수준의 자구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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