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코로나19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홍승희 칼럼] 코로나19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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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 이번 전염병이 어떻게 세계를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들이 나오며 새로운 성찰이 시작되고 있다고도 한다.

전염병은 그 규모가 클수록 인류문명사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던 역사적 사실이 있다. 그게 아니라도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차츰 실감되고 있는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재택근무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관련 애플리케이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느닷없이 동영상 강의를 요구받는 학교 등지에서는 기존 애플리케이션의 새로운 활용도 화제로 떠오르곤 한다.

그런가 하면 자가격리가 늘면서 집안에서 즐기는 새로운 오락거리들이 유튜브나 SNS 상에서 공유되기도 한다. 주로 젊은 층에서 애용되던 택배로 장보기가 중장년 층까지 빠르게 그 연령대를 넓혀가고 있기도 하다.

사생활보호를 절대적으로 여기던 유럽권이나 미국에서도 이번 전염병으로 인해 부분적이지만 개인정보의 국가 공유를 일정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엄청난 규모의 빅데이터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차후 국가경쟁력의 극명한 차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전염병에 초기부터 전쟁을 치르듯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응했던 한국의 방역정책이 현재로서는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인식되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받게 되자 국가 방역체계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싹트고 있다. 방역이 또 하나의 안보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전세계적 연대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이런 현재의 변화가 과연 문명사적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전 세계적인 대규모 전염병이 사회 시스템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는 사실들을 전해준다.

100여 년 전 스페인독감의 최초 발병지는 미국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사실 확인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스페인독감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스페인에서 최초로 당시의 신형독감이 대량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부와의 접촉이 없었던 인디언들이 스페인 군인들로부터 옮겨진 천연두에 면역력이 전혀 없어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발전했고 막대한 사망자를 냈다는 학계 보고도 있다. 인디언의 수가 90%나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총칼이 아니라 전염병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주장의 사실성 또한 필자로서는 확신할 수 없다. 총칼로 원주민들을 대량 살상한 유러피언들의 자기변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불식되기에는 충분치 않은 근거 때문이다. 더욱이 중남미 지역에서 스페인 군대는 우연한 전파자였다면 북미 지역에서 영국군은 의도적으로 감염된 담요나 옷 등을 순진했던 인디언들에게 선물함으로써 세균전의 원조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 팬데믹을 일으키는 이번과 같은 전염병이 문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기존 정치 시스템이 붕괴되고 새로운 사회적 질서가 나타나곤 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최초의 전 세계적 전염병은 흑사병이었다. 본래 중국 서남부 지역에서 처음 발생했던 페스트는 유럽으로 진격하던 몽골군에도 번졌고 이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를 저항하는 성벽 안으로 던져 넣으면서 성내에 흑사병이 번져 사실상 전멸시키는 사태가 벌어졌고 소수의 탈출자들에 의해 광역으로 퍼져나갔다는 것이 근래의 정설이다. 하지만 이 또한 아직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에 미심쩍은 부분은 있다.

어쨌든 이 페스트로 13세기 당시 유럽인구의 1/3이 사망하면서 권력구조에도 엄청난 변화가 수많은 영지들이 붕괴함으로써 결국 봉건제가 끝나고 살아남은 권력자들에 의해 왕권시대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유럽에서만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았다는 스페인 독감은 제국주의 시대의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제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가운데에서 이미 국운 상승기에 들어선 한국은 보다 확실한 변화를 앞장서 이끌어가고 있다. 낡은 사고를 버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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