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부지선정위원회' 법제화 방안
[전문가 기고]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부지선정위원회' 법제화 방안
  • 김종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본부 연구위원
  • jckim@klri.re.kr
  • 승인 2020.03.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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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천 한국법제연구원 국토환경에너지법제연구실장
김종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본부 연구위원

지난 25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부지선정을 해여 한시적 별도기구인 부지선정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부지선정위원회 설치의 이러한 공감대는 고준위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를 가장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적합 부지를 발견하고, 해당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을 설치해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부지선정에 있어 핵심 사항은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이같은 문제의 배후에는 반핵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해결되지 않는 갈등요소가 잠복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일찍부터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경험한 독일은 최근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 건설부지의 탐사와 선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는 2031년까지 독일의 영토 안에서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을 설치할 부지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선정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독일은 동법 제3조에서 고준위방폐물 처분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하여 33인으로 구성하고,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민간위원 16인, 연방과 주의 정치계를 대표하는 16인과 위원장 1인을 구성하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민간위원 16인은 해당 전문지식을 갖춘 학자 8인, 환경단체를 대표하는 2인, 종교단체의 대표 2인, 경제계 대표 2인 및 노동조합 대표 2인으로 구성한다. 정치계의 대표 16인은 연방의회 의원 8인과 주정부 구성원 8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독일 고준위방폐물 처분위원회의 위원장과 민간위원은 연방의회 및 연방참사원의 추천을 받아서 선임된다. 연방의회 의원인 정치계 위원은 연방의회의 모든 교섭단체의 공동추천을 받아야 하고, 연방참사원의 의원인 정치계 위원은 연방참사원의 추천을 받아 선임된다. 연방의회 의원과 주정부 구성원인 위원은 동수의 대표위원을 선정하도록 정하고 있고, 위원이 사퇴하거나 임기가 만료되지 않는 한 해임되지 않도록 신분보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독일의 공론화 모델 이외에 영국은 2003년에 CoRWM(Committee on Radioactive Waste Management)을 발족해 공론화를 논의한 바 있다. 에너지경제학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총 12인으로 구성된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를 설립해 PSE 프로그램으로 3년간 공론화를 추진했다. 영국의 CoRWM은 정부기관으로부터 독립해 설립된 자문기구다. CoRWM에서 공론화를 거친 사안에 대하여 영국의 원자력폐기청(NDA)과 에너지·기후변화부(DECC)에 어드바이스 제공 및 권고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캐나다는 NWMO(Nuclear Waste Management Organization) 기구를 설치하여 1단계 관심사항 파악, 2단계 우선순위 파악, 3단계 처리방식의 적합성 평가, 4단계 최종보고서 작성의 절차로 전 국민의 의견을 수렴했다. 500여명의 과학기술 및 인문사회과학분야 전문가와 1800여명의 시민참여를 통하여 이를 경청하고, 인터넷 등을 통한 공론화로 5만명 이상이 30만번 이상의 공론화를 통하여 의견개진 절차를 거친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도 부지선정위원회 신설 관련 법제화 필요성이 요구된다. 한쪽으로 치우진 전문가나 관련자 위주로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정치계와 시민사회 대표의 참여 등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폭넓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독일의 입법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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