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한진칼 주총···조원태 굳히기냐 3자연합 이변이냐
'운명의 날' 한진칼 주총···조원태 굳히기냐 3자연합 이변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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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율서 사실상 승부···조원태 40.39% vs 3자연합 28.78%
3자연합 추천 이사 선임 여부 관심···"장기전의 시작" 관측도
한진그룹 운명을 결정지을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27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한진그룹 운명을 결정지을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27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한진그룹 운명을 결정지을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27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다.

전날 '캐스팅보드'를 쥔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사실상 이번 경영권 분쟁에선 조 회장이 승기를 잡았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조원태 체제의 굳히기로 끝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은 지분을 지속 끌어올리며 임시 주총 등 경영권 분쟁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내·외이사 선임의 건,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 7개 안건이 상정된다. 관전포인트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다.

그간 조 회장 측과 3자연합은 경영권을 두고 치열한 분쟁을 벌여왔다. 3자연합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부실 지적을 시작으로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 대한항공 자가보험, 사우회의 의결권행사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을 찬성한 의결권 자문사에 대한 비판을 지속 제시하면서 현 경영진 퇴진 및 전문경영인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에 맞서 한진 측도 3자연합이 주장하는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현 경영진들은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입장을 내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여기에 3자연합의 한 명인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조 회장을 만나 경영권 등을 요구했다며 '허위공시' 논란을 제기하는 등 '3자연합은 결국 투기자본에 불과하다'고 거세게 비난해왔다.

양측은 장기전에 대비한 지분 확보에도 열을 올렸다. 특히 KCGI와 반도건설 계열사(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는 수 차례 걸쳐 한진칼 주식을 사들였고 현재 42.13%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측 또한 델타항공이 지분을 14.90%까지 끌어올리고 '중립'을 선언했으나 최근 조 회장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카카오,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GS칼텍스 등 우군이 대거 등장해 42.14%에 달하나 지분율이 박빙인 상황이었다.

다만, 주총이 3일 남은 시점이었던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3자연합이 제기했던 반도건설 보유 지분(8.2%) 의결권 행사 허용 및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의결권 행사 금지에 대한 가처분 소송 총 2건을 모두 기각하면서 무게 중심은 조 회장쪽으로 쏠리게 됐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은 이번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5%로 제한됐다.

여기다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 또한 주총을 하루 앞둔 전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찬성' 의견을 냈다.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냈기에 사실상 조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승기를 잡은 셈이다.

3자연합. (사진=각 사)
3자연합. (사진=각 사)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으로 보면 조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지분율 22.45%)과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3.79%), GS칼텍스(0.25%)에다 국민연금(2.9%)까지 더해져 총 40.39%로 추산된다. 반면, 3자연합은 조 전 부사장(6.49%), KCGI(17.29%), 반도건설(5.00%) 등 28.78%에 불과하다. 

양측의 보유 지분 격차는 11.61%p로 벌어졌다. 한진칼의 사내이사 선임은 일반 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지난해 주총 참석률이 77.18%인 점을 감안해 올해 참석률을 80% 정도로 가정할 경우 조 회장 측은 안건 통과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이에 3자연합은 장기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3자연합이 맺은 주식 공동보유 계약기간이 5년인 점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이들은 "이번 주총에서는 물론 향후 주총 이후에도 끝까지 한진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며 장기전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반도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기준인 15%를 넘긴 만큼 주총 이후 지분 매집 규모를 더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의 경우 소액주주나 다른 투자자들의 선택이 아직 남아있으나 사실상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조 회장 승리로 판가름 난 듯하다"며 "다만 3자연합이 추천한 이사진들의 선임 가능성과 이후 임시주총 등 장기전에 대비해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어 조 회장 측도 안심하긴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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