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폭탄에 전세값 상승 우려···세입자들 좌불안석
보유세 폭탄에 전세값 상승 우려···세입자들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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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공시지가 인상 영향 집주인 우위시장 형성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공공주택 공시지가가 큰폭으로 오름에 따라 집주인에게 지워진 보유세 부담이 세입자들에게 전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로금리 여파에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상황에 늘어난 보유세 영향이 전셋값 인상이나 보증부 월세(반전세)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1만2353건을 기록했다. 올 1월(1만3082건)보다 5.5% 부족한 수치다. 이중 전세는 8905건으로 전월(9304건)보다 4.2% 줄었다. 

같은 기간 반전세가 1488건으로 전월(1482건) 거래량을 넘어선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이다. 전체 전월세 거래 중 반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월 11%에서 2월 12%로 1%가량 늘었다.

임대차 시장에서 보증금과 함께 매달 월 임대료를 내는 반전세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은 집주인 우위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 등 교육제도 개편안 이후 인기 학군 지역의 전세 수요가 부쩍 늘어난 데다 분양가상한제, 고가 주택 대출 금지 등 규제가 시장의 수급불균형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1.25%→0.75%)로 '제로금리' 시대가 열린 후엔 반전세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변변한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집주인들 사이에선 "굳이 전세를 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전세물건이 귀한 지역의 경우 전세만큼 월세를 일부 낀 반전세도 거래가 잘 돼서다. 

실제 강남권에선 반전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뛰어넘은 단지도 심심찮게 나온다. 서울 송파구 '송파레미니스'는 올 들어 60건의 반전세 거래가 이뤄지면서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11건)을 훌쩍 넘어섰다. 송파구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는 16건의 전세가 거래됐는데, 반전세는 무려 85선을 기록했다. 강남구 '래미안블레스티지' 역시 올해 4건의 전세 거래가 이뤄진 반면, 반전세는 7건이 성사됐다. 

송파구 잠실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전세보다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계약이 늘고 있다"면서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하고 값도 많이 오르다 보니 되레 세입자가 반전세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당분간 전셋값 인상과 반전세 확산 등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승한 보유세가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특히 수요가 풍부한 강남권의 경우 오른 보유세를 월 임대료로 충당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서울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14.75% 올랐다. 강남구는 25.57%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이어 서초구(22.57%), 송파구(18.45%), 양천구(18.36%)도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각종 조세의 기준이 되는 지표로, 공시가격이 오르면 내야 할 보유세도 많아진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 물량이 적고 재건축 이주 수요가 있는 곳일수록 전셋값이 오르거나, 보증부 월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세입자들은 거주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낮은 은행이자와 보유세 부담으로 월세수익을 원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한편, 대출을 받아 전세로 갈아타려는 월세 세입자와 매매를 미루는 수요도 늘고 있다"면서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서민 부담 가중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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