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상호저축은행 '업그레이드' 되려면...
[기획특집] 상호저축은행 '업그레이드' 되려면...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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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없는 몸집키우기 위험... 무분별한 영업집중도 피해야
소수 한탕주의에 선의의 다수 부정 이미지 피해 심각
예방 중심의 감독패턴 변화, 과감한 인적 투자 뒷받침돼야



상호저축은행의 2002회계연도(2002.7∼2003.6) 당기순이익이 1천46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와 달리, 지난 해 1천227억원에 비해 19.4% 증가한 수치다. 97년부터 4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다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해 그 의미가 깊다 하겠다.

그러나 지난 해 흑자와 올해 흑자는 성격이 좀 달라 보인다. 2001년 실적이 영업이익에 기반한 알짜 이익인 데 반해, 올해 이익은 부실대출금의 대환 처리 등 잠재 부실을 차기 회계연도로 이월시킨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실제 순익보다 훨씬 과장됐다는 냉소도 들린다. 게다가 상반기 연체율은 여전히 40%를 넘나들고 있다.

5년여의 구조조정 끝에 부실 저축은행들은 절반이나 퇴출됐고, 살아 남은 110여개 저축은행들은 지난 해 상호신용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명패를 바꿔 달며 재도약을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주변 여건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지난 5년 동안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을 5배 이상 늘려 소매시장 포화상태를 만들었고, 대부업법 시행 이후 기업형 대금업체와도 고금리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판이다. 틈새시장 개발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이렇듯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상호저축은행은 위기의식을 갖고 나름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어찌 보면 현 시점은 상호저축은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로인 듯도 보인다. 이에 본지에서는 업계의 현 실태를 냉정히 진단해 한 발 더 전진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전략이 필요한 지 살펴보았다.

▶ 어려울수록 초심으로
저축은행 업계에 오래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의 원 설립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고 자주 입을 모은다. 리스크 관리가 용이한 적정 규모, 밀착영업이 가능한 적정 지역범위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한 점포 당 2천억원에서 3천억원 정도를 한계 운용 규모로 보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한 관계자는 “15년 전에 한 개 점포당 1천억원 정도가 적정선이었는데 지금은 2천억원에서 3천억원 정도로 본다”며 “이 조절 범위를 벗어나면 리스크 관리 능력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사장들도 “스스로 기억하고 관리할 수 있는 최대 여신 규모는 1천억원 정도”라며 “실질 1인 경영체제 하에서 3천억, 4천억씩 운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보았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아무리 천혜의 영업환경이라 해도 함부로 여·수신 규모를 급격히 늘려서는 곤란하다. 소규모 지역밀착 영업을 기반으로 하는 저축은행의 특성상 자신의 적정 소화 능력을 냉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범위를 벗어날 때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뒷받침 돼야만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수익기여도가 큰 만큼 염려스러운 부분도 많다. 또한 특정 회사에 대출이 편중되는 것도 경계 대상이다. 한 회사에 매이게 되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고 리스크 분산이 어려워 동반 부실화할 위험이 크다. 아울러 전략적 M&A 방식이 아닌 단순한 덩치키우기식 합병은 지역 경기의 浮沈에 따라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확률이 커 금감원의 대형화 지도방침은 재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민금융 본연의 자세를 생각할 경우 100억원 1건의 대출보다 1천만원 1천건의 대출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규모가 너무 크면 이미 저축은행이 아닌 만큼 덮어 놓고 수신을 늘리거나 준비 없이 전국망 영업 비중을 높이는 행위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라
상호저축은행 사장들은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한다.
‘나는 왜 저축은행을 경영하고 있는가’
본질적으로는 이윤 추구겠으나 그래도 내심 금융기관의 한 축을 담당하며, 어려운 서민들의 벗이라는 자부심 또한 있었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연계된 각종 금융사고, 게이트들이 터져나올 때마다 그런 자부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음은 물론이요, 금융당국은 ‘골칫거리’ 내지는 ‘문제아’로 낙인찍는다. 기업가 정신은 온 데 간 데 없다.

저축은행을 20여년 경영해 온 모 사장은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말한다.
“다른 저축은행 사장이 바뀐다는 얘기가 들리면 걱정부터 됩니다. 저랑 아무 상관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전에 뭐하던 사람인가. 왜 인수했을까, 경영하러 온 걸까 사고 치러 온 걸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듯 한탕주의에 빠진 몇몇 저축은행들의 악행 때문에 업계 전체 이미지는 심각하게 손상당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감독을 강화하고, 선의의 다수는 강화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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