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하루 만에 '다시 코로나장'···주식·원화·채권 '추락'
금융시장, 하루 만에 '다시 코로나장'···주식·원화·채권 '추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과 통화스왑 체결 효과 지속 못하고 급락 전환
23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을 마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을 마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남궁영진 기자] 기세등등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에 미국과의 통화 스왑 체결 약발이 단 하루에 그치고 말았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동시다발적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국내 증시와 원화, 채권 가격을 나락으로 떠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확보 움직임이 멈추지 않으면서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300원선을 향해 달리고 있고, 치솟는 환율에 코스피 시장에서는 안정화 장치인 사이드카가 올해 네 번째 발동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장 대비 83.69p(5.34%) 내린 1482.46으로 하루 만에 급반락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91.70p(5.86%) 급락한 1474.45에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해 나가며 장중 6.88% 폭락한 1458.41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6분 2초에 선물 가격이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하면서 이후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지난 19일 이후 2거래일 만이자,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사이드카 발동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3거래일 연속 '팔자'를 외친 외국인이 6423억원어치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규모는 9조7950억원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난 1월20일 이후로는 무려 15조5400억원에 달한다. 기관도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3624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개인은 921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13거래일째 '사자'를 지속했다.

코스닥시장도 크게 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23.99p(5.13%) 급락한 443.76으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일보다 24.24p(5.18%) 하락한 443.51에 출발한 뒤 하락폭을 확대하며 장중 6.83% 폭락한 435.81을 터치했다. 오전 9시 17분 34초 코스닥150 선물 가격 및 코스닥150 지수가 동반 급락하면서 코스닥시장에서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아시아 증시도 대체로 출렁였다. 호주 ALL ORDS 지수는 이날도 290.20p(5.98%) 급락한 4564.10에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4.68%)와 대만 가권지수(-3.73%), 중국 상해종합지수(-2.86%)도 일제히 내렸다. 다만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2.02% 반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0원 오른 달러당 1266.5원에 거래를 마쳤다(원화 가치 하락). 전장 대비 18.5원 오른 1265.0원에 개장한 환율은 주가 폭락 영향을 받아 오전 10시께 36원 급등한 1282.5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오후 2시 이후 상승폭을 조금씩 내주면서 개장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종가를 찍었다. 

국채값도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금리 상승)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6bp(1bp=0.01%p) 오른 연 1.153%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1.718%로 10.7bp 상승했다. 5년물과 1년물은 각각 7.4bp, 2.2bp 올라 연 1.462%, 연 1.041%에 마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올해 세계경제가 'recession(경기후퇴)'을 넘어 'depression(경기불황)'까지 우려해야 할 수준이라는 말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가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심화하며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채권 값이 하락하고 달러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동성 공급 확대에도 달러인덱스가 최근 3년 동안 가장 높은 103선에 근접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흐름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박현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증시는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상시키며 급등락을 반복했는데, 전강후약의 장세가 반복됐던 점을 봤을 때, 이번 주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대응한 각 국의 경제지원이 시장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여파가 계속해서 경제지표로 보여질 것이기에, 정부의 추가 경제안정 대책안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이 등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과 주요국 중앙은행간의 300억~600억달러 통화스왑 체결과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달러화 경색이 완화될 수는 있다"면서도 "코로나 19 불확실성이 완화되지 않는 한 달러화 유동성 우려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