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재택근무 확대 계기될까
[홍승희 칼럼] 재택근무 확대 계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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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빠른 전파로 인해 뜻하지 않게 재택근무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당초 예상하고 준비된 상황이 아니어서 당황스러운 사태들도 발생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향후 재택근무를 확대해 나갈 가능성을 탐색해볼 시금석이 되었다.

지난 80~90년대에 한국사회를 휩쓸었던 미래학자들의 저서에서 미래사회의 여러 모델 가운데 하나로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토대로 한 재택근무 확대가 제시되기도 했었다. 물론 재택근무를 모든 업종, 직종에서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정보통신기술 수준으로 볼 때 재택근무를 도입해도 무난할 분야가 꽤 많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이번 경우는 전염병 집단감염 확산 때문에 얼결에 재택근무 상황으로 내몰린 곳들도 많지만 우리 사회가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기회가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준비부터 경영 마인드의 변화까지 많은 선제적 대비책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재택근무에 나선 곳들이 전부 얼마나 되는지는 잘 파악되지 않지만 필자가 일단 집단감염을 우려한 각급 학교의 장기 휴교가 이어지면서 중고등학교 교사들이나 대학 교수진들이 사실상 재택근무 상황에 처했다. 그런가 하면 집단감염의 온상처럼 돼버린 교회의 교역자들이 교인과의 대면없는 설교에 나섬으로써 사실상의 재택근무와 비슷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

일반 기업 중에서도 현재로선 직원수가 1백명 미만인 직장에서 재택근무가 권고되는 곳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특히 팀별 작업을 위주로 하는 기업들의 경우 재택근무를 결정하기 비교적 용이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문제는 재택근무를 결정하고도 경영자들이 상황 통제에 불안감을 보임으로써 이러저러한 불만의 목소리들도 나온다. 재택근무라고 말하고 팀장급들을 일주일이면 서너번씩 회사로 불러낸다거나 휴교라고 하지만 강의도 없는 교사들을 거의 매일 출근시키는 교장, 이미 교회내 집단감염의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교인들을 끌어모아 예배를 강행하다 또다른 집단감염사태를 불러일으킨 목사 등 대면방식이 아니면 성에 차지 않는 듯한 사례들은 흔하다.

그런가 하면 적절하지 못한 업무 지시가 쏟아지기도 한다는 소식이다. 중`고등학교들이 막연히 방학을 줄여 출석일수를 맞춰야 하는 게 아닌가 고려하는 수준이라면 대학의 경우 모든 학교가 그런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부 학교 측에서는 동영상 강의로 수업시간을 대체하도록 요구하는 곳들도 있다고 한다.

동영상 강의는 먼저 교회들의 동영상 설교에서 출발해 많은 곳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계에서는 이단이라며 배척당하고 있는 신천지 교단에서 최초의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나타나면서 대형교단들이 앞장서서 소속 교회들에게 동영상 설교를 권유하거나 여의치 못한 소형교회들에게는 기독교방송 시청으로 대체하도록 권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한 설교조차 갑자기 동영상으로 대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신학기 학생 개개인에 대한 실태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그 학생들을 상대로 동영상 강의를 하도록 요구받은 대학의 교수요원들은 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준비된 자료 읽기만 한다고 동영상강의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듣기로 어느 목사의 설교 동영상 중에 불쑥 개짖는 소리가 섞였더라는 소리도 들었다. 사전 준비없이 갑자기 시작하다보니 나타난 해프닝들이다.

게다가 일반 기업의 경우 작업량과 성과에 대한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회사로 출근할 때는 작업량이 많아 야근이라도 하면 야근수당이라도 받지만 재택근무를 하니 그런 제도적 보호도 잘 안되면서 오히려 작업량은 더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로선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충분히 대비되지 못한 재택근무로 인한 여러 문제들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처럼 일시적인 게 아니라 본격적인 재택근무시대를 맞이하려면 원격근무 및 화상회의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야 하고 업무규칙 및 복지 정책 등도 새로 다듬어야 할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부동산 관련 비용을 줄이고 노동자들로서는 출퇴근 지옥을 모면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재택근무는 고려될 이유가 된다. 또한 본격적인 재택근무제 도입을 시도해볼 기술적 기반도 충분히 갖춰졌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조화와 균형을 어떻게 맞춰갈 것인지 하는 문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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