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원화·채권 '트리플 약세' 공포···코스피 1500선 붕괴
주가·원화·채권 '트리플 약세' 공포···코스피 1500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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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8.39%↓·코스닥 하락률 '사상 최대'···환율 하루새 40원 폭등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남궁영진 기자] 주식, 채권, 원화 가격이 동반약세를 보이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또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간 국내 금융시장이 하락 일변도를 달렸지만 19일 유가증권시장과 외환시장 폭락은 '역대급'이었다.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모두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연합뉴스)

◆코스피 144.56P↓·아시아증시도 '뚝' =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144.56p(8.39%) 내린 1457.64로 7거래일 연속 급락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34.89p(2.19%) 급등한 1626.09에 출발했지만 이내 하락 반전한 뒤 낙폭을 가파르게 확대해 나가며 장중 1500선마저 무너졌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하락세를 지속했고 9.54% 폭락한 1439.43까지 주저앉으면서 급기야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이날 기록한 종가는 2009년 7월17일(1440.10) 이후 역시 10년 8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1962.93으로 2000선 회복 기대감을 키웠던 코스피는 7거래일 연속 폭락하며 무려 18.94%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1거래일 연속 '팔자'를 외친 외국인이 6218억원어치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규모는 8조5722억원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난 1월20일 이후로는 무려 14조3172억원에 달한다. 기관은 금융투자업계, 연기금 등을 중심으로 2887억원어치, 개인도 248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도 폭락장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56.79p(11.71%) 급락한 428.35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매매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종가는 지난 2011년 10월5일(421.18) 이후 8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1996년 시장 개설 이후 사상 최대 하락률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한날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13일 이후 4거래일 만으로, 제도가 우리 증시에 도입된 1998년 이후 사상 두 번째다.

아시아 증시 역시 크게 휘청였다. 전날 6%대 폭락했던 호주 ALL ORDS 지수는 이날도 189.40p(3.79%) 급락했고, 대만 가권지수(-5.83%), 홍콩 항셍지수(-2.84%), 중국 상해종합지수(-1.22%), 일본 닛케이225지수(-1.04%) 등도 동반 급락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원화값 40원 폭락·채권 값도 내려 =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40원 오른 달러당 1285.7원에 마감했다(원화 가치 하락). 환율 종가가 1280원선에 오른 것은 2009년 7월14일(1293.0원) 이후 처음이다. 상승폭도 2009년 3월30일(42.5원) 이후 가장 컸다. 

전장 대비 11.3원 급등해 개장한 환율은 당국의 '구두 경고'에 잠시 주춤했다가, 오전 중 호주 달러 가치가 장중 4% 이상 급락하면서 가파른 강세를 나타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고 작은 금융시장 불안 상황에서도 굳건한 상단역할을 했던 1245원선이 뚫리면서 저항선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양상이다. 

주식이나 원화 등 위험자산이 약세를 보이면 통상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은 강세(채권금리 하락)를 보여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4.3bp(1bp=0.01%p) 오른 연 1.193%에 장을 마쳤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값 하락을 의미한다. 10년물 금리는 연 1.657%로 15.5bp 상승했다. 5년물과 1년물은 각각 17.8bp, 8.4bp 상승해 연 1.434%, 연 1.066%에 마감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리플 약세 후 반등? =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과 유가 충격에서 비롯된 경기침체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과거 트리플 약세처럼 극단적인 흐름을 보인 이후에는 각국의 대응이 더욱 빨라지고, 주식시장 역시 반전을 모색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같이 시장이 박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관측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각국 정부가 앞다퉈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에 시장은 연일 패닉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코로나19 대응 조치는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키웠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시장 부양책에도 투자자들은 실망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금융권이 공동 출자 하는 증권시장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 낙폭 확대는 외환시장 영향에 따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증가한 탓"이라며 "외국인 순매도는 금융위기 당시를 고려했을 때 추가 순매도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노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 약화는 유동성 경색 조짐 완화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현 금융시장 상황은 금융위기 당시를 뛰어넘는 수준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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