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실탄' 아껴야 할 시점
[데스크 칼럼] '실탄' 아껴야 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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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모르는 장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코스피지수가 1600선이 붕괴된데 이어, 하루새 1500선 초반까지 밀리더니 급기야 1500도 붕괴됐다. 

그간 뉴욕증시 지수선물이 한국 주식시장 마감후 시작될 뉴욕증시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가늠자 역할을 했지만 이젠 뉴욕증시 지수선물 간에도 방향성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방향성이 예측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장초반 기대감으로 잠깐 상승했다가 이후 폭락을 연출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주식 폭락에 제동을 걸기 위한 매도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가 연일 발동된다. 

최근 미 연준(FRB)이 긴급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1%p(100bp)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충격 완화를 위해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글로벌 각국이 금융완화 및 재정집행을 단행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임시금융통화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50bp) 인하했고, 일본 중앙은행(JCB)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규모를 기존보다 2배 확대하기로 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시도했던 '헬리콥터 벤'식의 자금 뿌리기가 전세계 곳곳에서 또한번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표적 금융지표인 주요국 주가지수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주가의 바닥을 예단해 '바닥 매수'를 노린 개인들의 빚투자도 이젠 한계점에 봉착했다. 

유가증권(코스피) 시장과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17일 기준 8조5천422억원에 그쳤다. 이달 12일 10조260억원에서 3거래일 만에 1조5천억원 줄었고 감소율은 20%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증시 상승을 기대하고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닥을 예측하기 어려운 증시 추락에 이젠 개인들도 빚을 내서라도 확보해 온 실탄을 이제는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빚내고, 부동산 팔아서 삼성전자 저가매수를 하려했던 개인들의 투자의지도 상당히 꺾였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시점에서 필요한 건 보수적 접근방식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복합충격'으로 표현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금융발 위기가 아닌 실물경제발 충격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도이치뱅크는 코로나19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1.5배 강력한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하며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13% 감소할 수 있다는 심각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경제라도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했던 2008년 당시 상황과 달리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경제가 온통 마비된 상태다. GM과 포드가 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현대차 미 앨라배마 공장도 멈춰섰다.

실물경제 충격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방역을 위해 글로벌 국가간 공조를 해야하지만, 이미 미국은 유럽발 여행자에 대한 입국제한도 내린 상태다. 공조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산유국들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 진영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비회원국 진영간 원유 생산량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중이다. 

금융완화와 재정정책 확대 등 이미 쓸 건 따 썼다. 남은 건 부실자산구조 프로그램(TARP) 정도다. 이런 상태에서 실물경제 충격을 반영한 기업들의 실적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정부가 더 내놓을 카드가 얼마나 남았나? 있기는 있는 건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식 재난기본소득(기초생활비)이 미국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제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현 시점에는 제한된 예산을 쓰는데 있어 선별적인 재정집행과 경기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현 상황은 마치 선별할 시간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실탄을 아끼며 어느때보다도 보수적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껏 걸어보지 않은 불확실성에 둘러쌓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김호성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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