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국은행, 4월 금통위서 추가 '금리인하 카드' 쓸까?
[초점] 한국은행, 4월 금통위서 추가 '금리인하 카드'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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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기준금리, 정책적 유효성 한계 임박 '딜레마'
양적완화 등 대안도 마땅치 않지만 병행 가능성도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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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추가로 나올 수 있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카드에 시선이 집중된다. 20일가량 남은 4월 금통위에서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가 나올 수 있을지, 혹은 양적완화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기준금리가 0.75%로 낮아져 금리정책의 유효성이 한계에 임박한 가운데도 시장 상황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방 기준금리를 1.0%p(빅컷)나 내리면서 채권매입(양적완화)에도 나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문제까지 겹쳐 있는 등 미국과는 기본 여건이 달라 한국은행의 고민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0.75%로 기존대비 0.5%p 하향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그 규모를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증액한 금융중개지원대출에 대해서는 적용금리를 0.25%로 내렸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줌으로써 중소기업에 유동성이 보다 잘 흘러들어 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이다.

아울러 한은은 공개시장 운영 대상증권에 은행채 등을 1년 한시적으로 편입시켜 시중 유동성 조달 여건을 원활하도록 지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임시 금통위는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차입 비용을 낮춰 경제주체의 대응 능력을 높이고, 필요시 유동성 지원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진단했다.

이제 금융시장의 시선은 오는 4월9일 개최되는 다음 금통위 정례회의에 쏠린다. 특정 국가의 중앙은행이 실질적인 내릴 수 있는 금리 하한인 이른바 '실효하한'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현 금리수준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나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①4월 금통위 추가 금리인하 어려운 이유

"일반적으로 실효하한 아래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효하한은 고정된 게 아니라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과 주요국의 정책금리 변화에 따라 가변적이다”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실효하한이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금리 조정폭(1.5%p 하향) 만큼 1대 1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이틀 전 임시 금통위에서 나온 이 총재의 말이다. 그간 시장에서 봤던 실효하한(1.0~0.75%)이 하향조정 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총재의 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효하한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기준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어떻게 추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흥국 통화정책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연준의 기준금리(0.00%~0.25%)는 지난해 실효하한이 추정됐을 당시보다 1.5%p 하향됐다. 그만큼 한은의 한미금리차 역전 걱정이 사라진 가운데, 미국 등 기축 통화국의 기준금리 레벨이 0%대로 낮아진 만큼 실효하한도 어느 정도 하향조정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총재는 연준의 금리 하락폭만큼 실효하한이 낮아졌다고 봐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며, 실효하한이 마이너스(-) 금리로 넘어간 것도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장은 실효하한 추정치를 0%대 중초반으로 본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가 비중, 원화채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비중, 조달금리를 감안해서 실효하한을 추정하면 대략 0.6%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효하한은 일종의 기준금리 바닥을 뜻한다. 더 아래로 내리면 자본유출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어 최소한 지켜야 하는 금리 수준이다. 때문에 바로 다음 달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또 꺼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 기준금리 수준에서 한 발짝 더 아래로 움직이면 더는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 총재는 평소 실효하한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사진=한국은행)

②"다음카드 '채권시장안정펀드'·'국고채 직매입'"

금리 조정이 어려운 만큼 전문가들은 4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추가 유동성 공급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단기자금 조달여건이 위축되거나 신용 스프레드 확대와 같은 위기가 심화될 경우 한은법에 의거해 채권시장안정펀드, 국고채 직매입 같은 정책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먼저 '채권시장안정펀드'다. 한은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시장을 안정시키고 기업 자금 조달을 위해 2조1000억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3조3000억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이미 지난 1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간부들에게 채권시장안정펀드에 대한 대책 준비를 지시했으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금융분야 시장안정조치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언급한 상황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이미 대출 시 적용되는 담보증권 범위를 확대해 채권 매입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회사채 시장 등의 자금경색 시에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같은 카드를 활용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채권시장 안정 조치다. 0%대 기준금리 진입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 우려다.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이 거론하는 게 2008년, 2016년 등장했던 '국고채 직매입'이다. 금융위기 외에 2016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주식, 채권, 환율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은이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직매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총재도 "국채매입은 늘 갖고 있는 카드"라며 "시장 상황을 봐서 충분히 필요시 시행할 계획과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 대해서는 단순매입 실시가 유력하다"며 "2008년 국고채 3년물 금리의 하락 전환은 11월19일 단순매입 실시 후 이뤄졌다. 향후 기준금리와 격차 확대 시 한은이 내놓을 유력한 대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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