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등급 '빨간불'···취약업종 '유동성 악화' 우려
기업 신용등급 '빨간불'···취약업종 '유동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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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경.(서울파이낸스DB)
서울시 전경.(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연이어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아진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 자금 유동성에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대한항공의 장기신용등급을 BBB+로 평가하고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등재했다. 

나신평은 "코로나19 사태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여객부문을 중심으로 항공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만큼,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2일 한진인터내셔널의 기업신용등급을 종전 'B2'에서 'B3'로 하향조정하고 신용등급에 대한 하향조정 검토에 나섰다.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지난 7일 한진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B-)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S&P는 "한국 기업들은 교역 및 수출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신용등급 하방 압력에 취약하다"며 "현재 등급을 부여한 한국 기업 가운데 23%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신평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운송, 호텔, 유통, 영화상영 등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중심 산업의 경우 특히 공급차질, 수요급감 등으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자동차, 정유, 석유화학 등의 산업에서도 공급차질, 전방산업 부진 등으로 향후 실적이 상당 폭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흥아해운, 한화토탈, 한진칼 등의 기업이 신용등급 하락 및 전망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는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달 9일 수요예측으르 진행한 국민은행의 10년 만기 후순위 채권은 3000억원 모집에 6600억원이 참여해 약 220%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지난 1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키움캐피탈(BBB)은 500억원 모집에 170억원 만이 참여해, 절반 이상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하나은행의 10년 만기 후순위 채권은 3000억원 모집에 2700억원이 참여하면서 약 300억원 규모가 미달됐다. 해당 채권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등급 중 세번째로 높은 'AA'였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 급락과 금리,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 패닉으로 인해 지난 13일 시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이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회사채 발행시장도 미매각 발생 등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3월 발행 물량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발행시장에서 미매각물에 대한 우려감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소비 위축 및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기업실적 저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업실적이 얼마나 나빠질지에 대한 수준을 예단하기엔 이르다"며 "시장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공포에 사로잡혀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기업에 대해서도 지나친 우려를 갖게 되는데, 이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항공, 여행, 숙박, 요식, 면세점, 극장 등의 업종은 특성상 코로나19가 진정국면에 들어가도 기존에 입었던 매출 타격을 회복하는데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나머지 업종은 코로나19에 따른 직접적 영향보다는 기존 실적 추세가 신용등급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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