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융시장 '검은 금요일'···증시 한날 거래정지·환율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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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장중 1680·487···같은 날 서킷브레이커 '사상 초유'
外人, 7일간 5.8조 '팔자'···원·달러 환율 13.5원↑·장중 '4년來 최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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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남궁영진 기자] 국내 금융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폭락장이 연출되며 거래가 정지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사상 첫 한날 발동됐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4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원화 가치 하락).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미국과 유럽 증시가 10% 안팎으로 폭락하는 등 글로벌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형국이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62.89p(3.43%) 내린 1771.44로 마감, 사흘 연속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낙폭만 9.8%에 달한다. 지수는 전날보다 111.65p(6.09%) 폭락한 1722.68에 출발하면서,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의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를 전날에 이어 발동했다.

이후 잠시 잠잠해지다가 다시 낙폭을 더욱 확대하며 장중 8.38% 폭락, 1680.60까지 고꾸라졌다. 지난 2011년 10월 5일(1659.31) 이후 근 9년 만의 장중 최저치다. 이에 매매거래 자체를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오후 들어 연기금과 개인의 뚜렷한 매수세에 장중 1800선을 터치하는 등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코스닥시장은 더욱 패닉장세를 연출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9.49p(7.01%) 하락한 524.00으로 사흘째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전장 대비 26.87p(4.77%) 내린 536.62에 출발한 지수는 초반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장중 8.31% 급락했다. 이에 거래소는 오전 9시4분·38분 각각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하지만 해제 후에도 폭락세는 진정되지 않았고, 장중 487.07로 주저앉았다. 낙폭만 무려 13.56%에 달한다. 코스닥시장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북한 리스크가 있었던 2016년 2월 12일 이후 5년 만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한날 서킷프레이커가 발동된 건 제도가 우리 증시에 도입된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초 국지적이고 일시적 쇼크 수준으로 제한될 것으로 봤던 중국 코로나19발(發) 매크로 충격파는 이제 과거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 당시에 견줄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국내 증시 부진 역시 한국을 겨냥한 글로벌 투자가들의 시장 대응보다는 글로벌 위험자산과 신흥시장 주식 포지션의 급속한 조정 성격이 우세하다"고 판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700선이 일시적으로 깨질수는 있지만, 그 이하에서 장기간 머무를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증시 변동성과 공포 심리가 크기 때문에, 향후 급변동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음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어떤 액션이 취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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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 역시 크게 휘청였다. 일본 도쿄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1128.58p(6.08%) 급락한 1만7431.05로 마감했다. 장중 기록한 10.07%의 낙폭을 보은 지난 1990년 4월 이후 근 30년 만에 최대치다. 홍콩항셍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2.76%, -2.82% 내렸다. 중국상해종합지수(-1.23%)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7거래일 연속 '팔자'를 외친 외국인이 1조2393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5조8296억원에 달한다. 기관은 연기금(5730억원)을 중심으로 6650억원을 사들였고, 개인도 4429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수 낙폭 축소에 일조했다.

대장주 삼성전자(-1.67%)와 SK하이닉스(-0.36%)는 장중 7~8% 급락 후 잠시 반등한 끝에 하락 마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5.49%)와 NAVER(-0.30%), LG화학(-0.29%), 셀트리온(-1.16%), 삼성SDI(-0.89%), 현대차(-8.21%), LG생활건강(-1.72%) 등 시총 상위 10종목 모두 하락하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극심한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안전자산인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2.8원 오른 1219.3원에 마감했다. 전날 13.5원 상승한 데 이어 이틀 연속 10원 넘게 급등한 것이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2거래일간 26.3원 점프했다.

전장 대비 8.5원 오른 1215.0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장중 1226.0원으로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는 장중 기준 2016년 3월3일(1227.0원)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이후 122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오후 들어 국내외 증시가 낙폭을 소폭 회복하자 상승폭을 줄인 끝에 1210원대에서 마감했다.

개장 초반부터 극심한 시장 불안에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에서 과도한 불안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한은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필요성에 대해 금통위원들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수석딜러)는 "1226~7원 사이에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종가만 1210원대로 누르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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