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9년 만에 사내이사 물러난 이유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9년 만에 사내이사 물러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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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욱 대림 회장. (사진=대림)
이해욱 대림 회장. (사진=대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림산업 사내이사 연임을 포기했다. 이 회장이 사내이사를 맡은 지 9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 포기에 대해 '예견된 수순'이라고 평한다. 시민단체의 연임 반대가 거센 데다 대림산업의 지분율을 높인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의지를 보였던 터라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이해욱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는 23일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 이 회장은 27일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주총 의안에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사내이사에 오른 지 9년 만에 물러나게 된 셈이다. 이 회장은 2011년 3월 대림산업 부회장 시절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된 후, 2014년 3월, 2017년 3월 주총에서 두 번의 재선임을 거쳤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측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차원에서 이 회장 사내이사를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이사회에서 대림산업은 경영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사내이사 1인을 제외하고 3명의 사외이사로만 내부거래위원회를 재구성했다. 이 회장은 그룹의 비전인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한 역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업계에서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조치로 보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거취 논란을 의식했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앞서 이 회장은 2019년 12월 그룹 호텔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이용해 개인회사 에이플러스디(APD)를 부당지원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에이플러스디는 이 회장과 아들 이동훈씨가 각각 55%와 45% 등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아직 재판이 진행되지 않은 만큼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하는 데 제한은 없지만, 재선임 과정에서 자격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올 2월 국민연금이 이 회장의 이사 연임안건에 반대하고 대림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대림산업 지분 12.8%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최근 스튜어드십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감 중 하나다. 대림산업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함에 따라 주총에 올라온 안건에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주총에서 이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를 떠나 반대표가 많이 나온다면 회장 자리에 대한 리더십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재계에선 지난해부터 이 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해왔다"며 "이번 결정은 오너리스크 논란과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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