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융시장, 코로나19發 '봄 장마'···증시 '패닉'
韓 금융시장, 코로나19發 '봄 장마'···증시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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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9%↓···8년5개월 만에 '사이드카' 발동
"1700선 까지 하락할 수도"···亞 증시 동반 급락
원·달러 환율 13.5원 급등···다시 1200원대 뚫어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남궁영진 기자] 금융시장의 간난신고(艱難辛苦)가 거듭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가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라 봄 장마의 전조였던 탓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자 12일 코스피시장에서 약 8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3.94p(3.87%) 급락한 1834.33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20.30p(1.06%) 하락한 1887.97에 출발한 직후 낙 폭을 가파르게 확대했다.

장 중 한 때 5% 넘게 내린 1808.56까지 미끄러지며 1810선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오후 1시4분37초에 선물가격 하락으로 인해 5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5분 동안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진 지난 2011년 10월4일 이후 약 8년5개월 만이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9조원이 넘는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의 셀코리아 행진이 지속됐다. 이날 시장에서 외국인은 8966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반대로 개인은 5360억원, 기관은 2853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2.12p(5.39%) 급락한 563.49로 마감했다. 폭락장은 한국뿐이 아니었다.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는 4.41%, 토픽스지수는 4.13% 급락했고, 호주 S&P/ASX200지수는 7.36%, 대만 TAIEX지수도 4.33% 각각 하락해 종가를 찍었다. 이날 오후 3시33분(한국 시각) 기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73%, 홍콩 항셍지수는 3.65%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12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장 마감 전 90p 이상의 급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장 마감 전 90p 이상의 급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현지시각)을 기점으로 WHO가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언한 가운데, 특히 유럽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미국 내 확진자도 1000명을 넘는 등 확산세가 지속되며 주식과 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해진 영향이다.

간밤 미국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1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464.94p(5.86%) 폭락한 2만3553.2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역시 4.89%, 4.7% 각각 하락해 장을 마쳤다.

미국 증시 폭락으로 투자심리 불안이 지속된 데다,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각)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의회에 급여세 인하를 요청하고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 미국 입국 30일간 중단하는 데 그쳐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감도 반영됐다.

류종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서 구체적인 정책 등이 부족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상황이 계속 일어나다 보니, 지속적인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쏠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3.5원 오른 1206.5원에 마감했다(원화 가치 하락). 전장 대비 2.3원 내린 1193원에 출발한 환율은 그간 소강상태를 접고 1200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우리 증시도 (부정적으로) 반응했고, 이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올랐다"면서 "또 외국인의 증시 순매도가 계속되고 있고, 중국 위안화 환율이 크게 오른 점 등도 환율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선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선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금융시장을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일부에서는 코스피가 1700선까지 밀려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세적인 상승장이 나타나려면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진자 증가율이 둔화되고 △국가별 확장적 통화·재정적책이 추진돼야 하며 △미국의 경제 침체 우려가 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코스피 1차 지지선으로 1820선을, 2차 지지선으로 1740선을 제시했다.

DB금융투자는 코스피 하단인 1830선에서 저점이 형성될 것으로 판단했다. 코로나19 추가 악재에 둔감해지면 역설적으로 주식시장은 상당량의 걱정거리를 짊어진 상태가 되고,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돼 가는 과정이 나타나야 비로소 반등세로 나아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코로나19 사태, 주요국 부양책의 실효성 여부 등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일 때 주식시장의 반등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류종하 연구원은 "향후 각국에서 통화정책 또는 재정정책 활용 가능성 언급 시, 반등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만약 그런 시그널이 없으면 지수는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 밸류에이션 자체는 금융위기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하락 가능성 보다는 반등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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