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진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게임
[전문가기고] 진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게임
  • 김도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주식팀 수석연구위원
  • dohyun3258.kim@samsung.com
  • 승인 2020.03.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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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주식팀 수석연구위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들이 요동을 치고 있다. 나름 안정적인 상승세를 유지하던 미국 주식시장마저 2월 중순 이후에는 급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워낙 투자심리가 훼손되었기에, 미국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상승추세가 끝나버렸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는 중이다. 필자로서는 이와 같은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막강한 시장지배력과 혁신을 배경으로 성장하는 미국 핵심성장기업들의 가치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칠 수 있는 장기적인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낙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다 보니, 전염병이라는 변수가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궁극적인 영향에 대한 분석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 골치거리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비정상적인 수준을 기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로 인해 대다수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반적으로, 1분기 중에는 소비 및 투자활동이 상당히 저조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소비 및 투자활동이 저조해지는 원인'이다. 만일 소비자와 기업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싶어도 유동성이 부족한 관계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주식시장으로부터 투자수익을 기대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국면임이 맞다. 

그러나 활발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한데 단기적인 불확실성을 의식해서 집행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책당국이 금리인하 및 세제혜택 등 여러 조치들을 통해 어르고 달래나가면 결국 경제주체들은 지갑을 열어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이 연일 열심히 각종 유인책들을 내놓고 있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일단 미국인들의 소비여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고용상태도 거의 완전고용 상태이고 소비자들의 재무상태도 큰 문제는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소비자금융이 공급되고 예상되는 세제혜택이 더해지면 일시적인 소비경기 침체는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소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만, 올해 예상실적 기준 S&P500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4%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기업의 현금보유 금액 및 현금흐름도 모두 상당히 양호한 상태다. 이렇듯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좋은 국면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데이터 센터(Data Center), 5G서비스에 등에 대한 투자가 장기간 중단되는 상황을 가정하기 어렵다. 물론 높은 성장속도를 고려할 때 이들 산업들이 향후 투자가 무의미한 수준으로 과잉공급에 빠져드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지도 않는다.

2000년 이후 20여년간 미국 주식시장의 추세가 완전한 하락추세로 전환했던 경우는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 및 2008년 글로벌(Global) 금융위기 등 두 차례였다. 2000년 IT버블 붕괴 때는 과잉투자 및 수익성 악화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여력이 고갈되었던 시기였고, 2008년에는 부동산금융의 붕괴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이 무너졌던 시기였다. 결국, 기업과 소비자가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는 시기에 일회성 변수로 인해 미국 주식시장의 추세가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미다. 미국기업과 가계가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 동안에는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진짜 끝날 때 까지는 끝나지 않는 게임이 바로 미국 주식시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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