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락에 DLS 원금손실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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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규모 1500억원 넘어설 듯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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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원금 손실 조건을 충족한 파생결합증권(DLS) 규모가 1500억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치킨게임'으로 향후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 손실이 커져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은 원유 DLS 총 129개에서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했다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각각 공지했다. 이들 129개 DLS의 미상환 잔액은 총 1533억원에 이른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 38개 818억원, 미래에셋대우 20개 344억원, 한국투자증권 54개 279억원, 삼성증권 17개 92억원이다.

이들 DLS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또는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대부분 유가가 발행 당시 기준가격의 약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없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가격 대폭 인하 및 증산을 발표한 결과 유가가 20% 이상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

이 중 잔액 규모가 50억원으로 단일 DLS로는 가장 큰 NH투자증권 'DLS 3232회'의 경우 지난 9일 현재 WTI가 배럴당 31.13달러, 브렌트유가 34.36달러로 기준가의 48% 선인 WTI 32.58달러, 브렌트유 36.69달러 밑으로 떨어져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섰다.

다만 이들 DLS는 아직 손실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고, 만기까지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DLS 3232회의 경우 남은 상환 평가일인 오는 5월 하순에 유가가 기준가의 85%(WTI 57.69달러, 브렌트유 64.97달러) 또는 오는 11월 하순이나 내년 5월 하순에 기준가의 80%(WTI 54.30달러, 브렌트유 61.15달러) 이상으로 회복하면 약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10일(현지시간) 내달부터 산유량을 지난 2월보다 27% 많은 하루 1230만 배럴로 늘리겠다며 사실상 경쟁 산유국인 러시아·미국과 '유가 전쟁'을 선언했다. 이에 러시아도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장관이 "러시아는 하루 50만 배럴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사우디에 맞서고 있어 유가 하락 압력이 한층 강해지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 원유 DLS의 미상환 잔액은 1조66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향후 유가가 더 떨어지면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서는 DLS가 추가로 대량 발생,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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