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물량 없는데"···금리인하 시그널에 '전세난' 고개
"안 그래도 물량 없는데"···금리인하 시그널에 '전세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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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인하 기정사실화···'전셋값 상승·월세 전환' 가능성↑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가격표가 붙어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통상 금리인하 때 나타나는 '전세 수급(수요와 공급)불균형' 현상이 시장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된다면 일부 지역에서 전세난이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전격 인하 등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태 추이를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며 금리를 동결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전격 인하 이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앞서 연준은 3일(현지시간) 긴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00~1.25%로 기존 대비 50bp(1bp=0.01%p) 만장일치 인하했다. 연준이 정례 FOMC 회의를 거치지 않고 금리를 긴급 인하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미국 금리 인하로 한은의 인하 역시 기정사실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전세시장에 묘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촘촘한 금융규제로 틀어막혀 있는 매매시장보다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보통 기준금리가 낮을수록 대출금리도 낮아지기 때문에 이자수익 하락을 고려한 임대인들은 전세금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반면 세입자들은 보다 낮은 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게 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지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촉발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입주물량을 감안했을 때 금리만으로 전세시장 불안을 예단하기엔 어렵다고 본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4만1104가구로,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많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혔을 땐 입주물량이 14만3651가구로 늘어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은 금리 외에도 청약 대기 수요, 대출 규제 등도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어서 금리인하로 인한 전세 불안을 예상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 입주물량도 늘어나고 있어 전세 품귀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12.16 부동산대책의 여파로 전세물량이 귀해진 상황이어서 시장이 체감하는 금리인하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추가 기우는 모양새다. 실제 국민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평균 157.7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8 포인트(p)나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준점인 100을 넘을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전문위원은 "지난해부터 세금, 대출 규제 강화로 갭투자가 감소해 전세 매물이 많이 줄었다"며 "보유세 인상 등 요인으로 집주인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청약 대기 수요, 집값 부담에 따른 전세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가 인하되면 집주인들의 전세 선호도가 떨어지게 된다"면서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지역이나, 입주물량이 비교적 적은 곳은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전세가격이 오르거나, 보증부월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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