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 따라가기 힘드네···'또' 머뭇거린 한국은행
美 '빅컷' 따라가기 힘드네···'또' 머뭇거린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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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추가 인하여력 미미해도 4월 금리인하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5%p 빅컷' 기준금리 인하에 '당장'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연준의 전격 금리인하 이후 이주열 총재가 직접 주재한 긴급 간부회의에서 내놓은 결과다. 

다만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급영향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정부정책과 조화를 고려하겠다"며 4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은은 이 총재가 4일 오전 9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이같은 향후 대책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앞서 연준은 3일(현지시간) 긴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00~1.25%로 기존 대비 50bp(1bp=0.01%p) 만장일치 인하했다. 연준이 정례 FOMC 회의를 거치지 않고 금리를 긴급 인하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놀란 연준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인데, 그것도 0.25%p 금리를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에서 벗어나 '0.5%p 빅컷'을 선택해 금융시장에서는 한은도 긴급 금리인하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임시 금통위 열리나…시장 기대감↑ = 한은이 금리인하 타이밍을 번번히 놓치고 있다는 '금리 실기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금통위의 금리동결(연 1.25%) 이후 일본 중앙은행과 영국 영란은행, 유럽중앙은행 등이 잇따라 특별성명을 내며 통화정책 대응을 언급한 가운데, 전일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05%로 인하하면서 금리인하 압박은 더 심해졌다.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27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사상 최대폭인 0.75%p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9월19일에도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금리를 0.50%p 하향조정했다. 

여기에 이날 오전 8시20분 유상대 부총재보 주재로 금융통화대책반 회의를 개최한 뒤 이 총재가 오전 9시 직접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엠바고(보도유예) 시점을 당초 오후 3시에서 국채권선물시장 마감 이후(오후 3시46분)로 늦추자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의 긴급 금리인하 메시지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뜬소문까지 나돌았다. 

◆이주열 "미 금리인하 등 정책 여건 감안할 것" =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 코로나19의 파급 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정부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히는 데 그쳤다. 이달 긴급 금리인하보다는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수준에 머문 것이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생산활동 위축은 금리인하 보다는 선별적인 미시적 정책수단을 우선 활용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부분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 했다. 

시장은 4월 금통위에서는 한은이 금리인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한미금리차 부담이 해소된 만큼 한은으로서는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명분이 더 늘어난 셈"이라며 "정부가 '수퍼 추경'까지 편성한 상황이라 한은도 다음달 금리인하로 보조를 맞출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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