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정제마진 축소·코로나 '이중고'···올해 1분기도 '보릿고개'
정유업계, 정제마진 축소·코로나 '이중고'···올해 1분기도 '보릿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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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해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상반기에도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라는 돌발 약재와 맞물려 최근 회복 기미를 보였던 정제마진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1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올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등의 호재로 실적 회복이 예상됐지만 이같은 기대를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2월 넷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3달러를 기록했다. 정유사 수익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이 5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약 4개월 만에 손익분기점 수준에 도달했던 정제마진이 지난해 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정유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겪은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1월 넷째주 배럴당 0.7달러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2월 첫째주 2.5달러를 회복한 이후 둘째주에는 4달러까지 올랐다. 셋째주 들어 3달러선을 유지하다가 소폭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일각에서는 정제마진 회복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한 달간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낙관은 이른다는 시각도 제기된 바 있다. 

코로나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국제유가도 연일 하락세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4%(1.64달러) 하락한 47.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중 5.8% 폭락하면서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WTI는 지난주 배럴당 6달러 이상, 12% 가까이 폭락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도 2.66%(1.42달러) 내린 52.01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4거래일 연속 2~3%씩 급락했다. 

정제마진이 약세인 가운데 코로나 영향으로 유가 하락까지 맞물리면서 상반기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유사들이 기존 구매한 원유 재고의 가치가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유가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경우 재고평가손실도 더 커지기 때문에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락 속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가 겹치면서 주요 제품 마진이 전반적으로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 분석기관 플래츠(Platts)는 올해 중국 등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 전망을 133만b/d에서 86만b/d로 하향 조정했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우려로 정유업계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되면서 특히 항공유의 타격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정유사들의 항공유 비중은 지난해 기준 13.7%로 등유 생산량의 89%에 달한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등유 위주의 정제마진 하락이 발생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최근 3개월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각각 717억원, 6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1월과 2월 추정치에 비해 약 2000억원 이상 줄어든 추정치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요 하락 우려에 따라 유가가 전분기 대비 10달러 하락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재고평가손실이 약 2000억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운송과 산업 수요 감소로 인해 정제마진 부진은 2분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IMO 2020' 시행으로 당초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현재 IMO 효과는 예상보다 미미한 상황이다. 해상의 황산화물(SOx) 배출 저감을 위해 IMO는 지난 1월부터 세계 선박 연료유 황 함량을 기존 3.5%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강화했다.

이같은 규제에 따라 고유황 중질유 수요가 축소되고 저유황유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선제 투자를 실시해왔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경유 수요가 높지 않기 때문에 IMO 효과는 예상보다 약한 상황"이라며 "IMO 효과 자체는 올해 상반기를 고점으로 점차 완화될 전망이어서 정제마진 개선 폭은 당초 기대보다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은 5~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개최한다. 추가 감산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유가 하락을 막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OPEC+ 미팅을 앞두고 사우디는 코로나19의 영향을 고려해 석유 생산량의 대폭 감산을 주장할 것"이라며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러시아 등에게 일간 100만 배럴만큼 추가 감산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JTC(공동기술위원회) 회의에서 60만 배럴 수준의 추가 감산이 권고됐으며, 사우디와 UAE, 쿠웨이트는 별도의 추가 감산(30만 배럴)까지 논의하고 있다"며 "OPEC+의 영향력은 이전보다 쇠퇴했지만 현 상황에서의 추가 감산은 유가의 추가 하락 우려를 일부 상쇄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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