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에 질린 증시···코스피 1980선 '추락'·56조 '증발'
'코로나 공포'에 질린 증시···코스피 1980선 '추락'·56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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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반년來 '최저'
뉴욕이어 亞 증시 동반 급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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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조아 김태동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펜데믹)으로 번질 것이란 공포감이 글로벌 증시에 크게 드리웠다. 미국 증시마저 역대급 폭락장을 시현하면서 코스피지수도 1980선으로 고꾸라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극심한 변동장세가 불가피하다며 반등 시점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이와 중국 등지의 공급망 가동 회복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스피, 반년 만에 2000선↓···外人, 닷새간 3.3조원 '매물폭탄'

28일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67.88p(3.30%) 떨어진 1987.01로 사흘 연속 급락 마감했다. 전날보다 34.72p(1.69%) 떨어진 2020.17에 출발한 지수는 장중 낙폭을 가파르게 확대하며 2000선마저 내줬다. 종가 기준 지수가 2000선을 하회한 건 지난해 9월4일(1988.53) 이후 6개월 만이다.

지수 급락으로 '공포지수'도 8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 거래일보다 6.15포인트(22.91%) 오른 33.81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1년 11월 23일(34.87) 이후 최고치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한 지수로,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하는 특성이 있어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27.44p(4.30%) 내린 610.73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일보다 11.81p(1.85%) 하락한 626.36에 출발 후 장중 낙폭을 가파르게 확대해 나갔다. 이날 기록한 종가는 지난해 8월29일(599.57)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로써 하루 만에 코스피·코스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55조6000억원에 달했다. 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한 지난 23일 이후 5거래일(24∼28일) 동안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139조2000억원이 사라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점입가경이 치달으면서 증시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양상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날 오후 3시41분 기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2022명, 사망자는 13명에 달한다.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확진자는 11명에 불과했지만, 한 달 도 안 돼 184배 급증했다.

발병 초기 중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코로나 19는 최근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 중국 외 지역에도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어떤 경로로 감염됐지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공포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내적인 문제가 아니라 예측하기 힘든 질병 확산 때문인 만큼, 추가 하락을 단언하기엔 힘들고, 어디까지 빠질지에 대한 합리적 판단은 불가능하다"며 "여러 악재를 감안하면 더 하락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선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그간 악재가 이미 반영되고, 충분히 조정받았다고 여겼지만, 미국 증시가 휘청이면서 패닉에 빠진 것"이라며 "한국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니 외국인들이 매도로 대응했고, 미국까지 코로나 19 이슈가 확산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대규모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닷새 연속 '팔자'를 외친 외국인은 외국인은 이날 6266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최근 5거래일간 3조3463억원의 매물 폭탄을 던졌다. 지난 26일엔 8761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일별 기준, 6년8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1조6115억원)와 SK하이닉스(5081억원)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연초 상승 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일제히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된 것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실적 부진 우려가 크게 불거지면서 투자심리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막고 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기위축 우려에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도쿄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805.27p(3.67%) 떨어진 2만1142.96으로 마감했다. 중국상해종합지수도 -3.71% 내리고 있고, 홍콩항셍지수(-2.70), 대만 가권지수(-1.24%) 등도 동반 급락했다.

그간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나홀로' 호황을 자신하며 최고치 경신 축포를 터뜨렸던 미국 뉴욕증시도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패닉에 빠졌다. 3대 지수는 모두 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것을 의미하는 조정장에 진입했다.

27일(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90.95p(4.42%) 폭락한 2만5766.6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기록한 낙폭은 1884년 다우지수가 생성된 이후 136년 역사상 가장 큰 수준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37.63p(4.42%) 추락한 2978.7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414.30p(4.61%) 떨어진 8566.48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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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시점 단언 시기상조"···확진자 추이 등 변곡점

시장의 관심은 고꾸라진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에 나서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조짐이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추이와 중국과 미국 대응 등이 최대 변수라고 제언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코로나 악재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당분간 하방 경직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선 2000선이냐 1900선이냐를 논할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치료자 수에 비해 턱없이 많은데, 두 수치의 간극이 좁아지는 시기가 반등의 관건"이라며 "중국의 가동률과 내달 17~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시장에 충격을 준 이벤트 자체보다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어느 정도 영향이 될 것이냐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과거 경험으로 봤을때 변동성은 커질 것 같은데,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면서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당장 예단하기보다는 뉴스 흐름에 따라 접근하는 한편, 긴 호흡에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추이에 따라 반등 시점이 정해질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과거 다른 전염병 확산 사태 때도 그랬고 중국도 확진자 수 증가가 둔화하면서 주가지수 반등이 시작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이벤트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에 국내 확진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는 시점부터 주식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며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머지않아 한국을 비롯한 중국 외 지역에서 확진자 수 증가세가 둔화가 확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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