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국판 '러스트벨트' 막을 근본적 지원 필요
[전문가 기고] 한국판 '러스트벨트' 막을 근본적 지원 필요
  • 윤진희 NH농협은행 기업고객부 SOHO금융팀장
  • serafy@nonghyup.com
  • 승인 2020.02.2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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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희 기업고객부 SOHO금융팀장
윤진희 기업고객부 SOHO금융팀장

요즈음 제조업종은 무척 어렵다. 공장을 세우기도 어렵지만 운영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만 두는 것은 더욱 어렵다. 중국, 동남아의 제조업 성장세와 하루하루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특허나 기술력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금융, 정책, 인력 등 다각도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

올해 초, 당행이 대출을 지원했던 중소기업에 부행장님을 모시고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기업체는 지난해 8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할 때 정책적인 불산 취급 허가와 적기의 자금지원을 받아 불화수소의 국산화에 성공한 곳이다.

불화수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중 에칭공정(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공정)과 불순물 제거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지만 일본에서 92% 정도 의존해 조달해왔다.

이 업체는 이전까진 여러 이유로 경영난을 겪던 회사였으나, 적기의 자금지원으로 자생력을 갖추자 국가적 위기를 이겨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곳처럼 드라마틱한 결과물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업체들이 적기에 금융지원을 받지 못해 경영난으로 사업을 접었다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기업체를 성장시키면서 금융이 성장하고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것을, 업체와의 만남 속에서 다시 한 번 체감했다.

최근 코로나19 피해기업, 소재·부품·장비업종 제조업체 등에 대한 정부기관과 금융권의 지원책이 이슈에 발 맞추어 빠르게 속속 나오고 있다. 당행도 코로나 피해기업, 영세관광업자에 대해 특별금융지원을 하고 있으며, 전년부터 소재·부품·장비 제조업체에는 큰 폭의 금리우대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대응책이 제조업체나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해갈이 될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미국에서는 J.D. 밴스의 ‘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이 이슈가 됐다. 이 책은 '러스트벨트(미국 북동부 제조업 중심의 쇠락한 공장지대)' 출신자로서 예일대 로스쿨을 나오게 된 저자의 성공기로 소개됐다.

하지만 쇠퇴한 제조업 중심지와 화려한 도심 등 지역 간의 간극, 계층 갈등, 미국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면서 미국의 연구와 정책들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글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정치권에서는 '러스트벨트'에 대해 '실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어 연구와 정책들이 현실적이지 못했다는 자성의 소리가 있었다.

한국에는 '러스트벨트'가 형성되지 않도록, 소상공인이나 제조업종 종사자들이 기술력을 포기하고 좌절하지 않도록,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타 국가 대비 높은 자영업자 비율이 연착륙해 갈 수 있는 근본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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