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0.2%p 하향 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3월 중 정점을 찍고 진정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전망한 수치다.
한은은 27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외 여건변화 등을 고려할 때, 올해 경제성장률은 2.1%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 성장에 그칠 전망이지만 하반기 회복세가 나타나 2.2% 성장해 연간 총 2.1%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1년 전망치는 2.4%를 유지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일시 위축되겠으나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용되고 설비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감염사태가 진정된 이후 민간소비와 수출도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성장흐름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이) 코로나19가 3월 중 정점에 도달하고 이후 점차 진정한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다른 감염병 사태보다도 충격이 크리라 생각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당장의 실물경제 위축은 벌써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가장 위축된 것이 소비이고, 관광산업, 음식, 숙박, 도소매 등 서비스업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아무래도 사태의 전개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겠으나 1분기에 충격이 상당히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때의 2.1% 대비 0.2%p 낮춘 1.9%로 전망했다. 상반기 성장률을 1.9%에서 1.1%로 대폭 하향했지만, 하반기 성장률을 2.2%에서 2.6%로 상향해 연간 하향 조정폭을 상쇄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민간소비가 단기적으로는 위축되겠으나 확산이 진정된 이후에는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발목이 잡혔던 소비가 반등하는 '펜트업 효과'(Pent-up effect)'가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설비투자는 성장률 전망치를 4.9%에서 4.7%로 하향했다. 다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한은은 진단했다. IT부문은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비(非) IT부문은 유지·보수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자동차, 통신 등에서는 신규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봤다.
건설투자 성장률은 -2.3%에서 -2.2%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주거용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지속하겠지만, 사회간접자본시설(SOC) 등 토목건설 개선으로 감소폭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 봤다. 이 가운데 주거용 건물의 경우 선행지표 부진을 감안할 때 내년까지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짚었다.
경상수지는 560억달러 흑자에서 570달러 흑자로 흑자폭이 소폭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난해 연간(600억달러) 대비에는 못 미치는 숫자인데, 이는 서비스수지 적자폭 확대, 본원소득수지 흑자폭 축소 등을 전망한 데 따른 것이다. 취업자수는 올해과 내년중 각각 23만명, 20만명 증가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인 1.0%를 유지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하고 복지정책 기조도 이어지겠으나 농축수산물가격 등 공급측면에서 물가하방압력이 완화되면서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도 기존 전망치와 동일한 1.3%로 유지됐다.
한은은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하며 상방 리스크로 △정부의 확장적 경기대응정책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에 따른 글로벌 보호무역기조 완화를 꼽았다. 하방 리스크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반도체경기 회복 지연을 지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