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해외 기업과의 '특허 전쟁'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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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괴물' 네오드론, 글로벌기업들 상대 무차별 소송
나노코는 삼성, 아르첼릭은 LG 상대로 각각 소송 제기
(사진 왼쪽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LG 트윈타워. (사진=각 사)
(사진 왼쪽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LG 트윈타워.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한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기업으로부터 잇따라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소송에 휘말렸다. 연초부터 특허 관련 소송이 이어지는 등 스마트폰부터 TV, 가전 등 첨단 IT산업을 주도하는 양사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견제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오드론(Neodron)'은 모바일 기기, PC 등에 사용되는 '정전식 터치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 LG전자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자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ITC는 소장을 접수한 뒤 최소 한 달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정전식 터치기술이란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생기는 정전기 용량의 변화를 인식하는 기술로, 터치의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네오드론은 두 회사뿐 아니라 아마존, 애플, 에이수스, 마이크로소프트(MS), 모토로라, 소니 등 총 7개 회사를 제소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네오드론은 세계 각국에서 특허를 사들인 뒤 권한 침해 명목으로 글로벌 기업에 소송을 제기해 수익을 창출하는 이른바 '특허 괴물' 업체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아마존, MS, 모토로라 등 글로벌 기업 4곳은 지난해에도 같은 업체로부터 피소당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영국의 QD 개발 전문 기업 '나노코'도 지난 14일(현지기준)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 법원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퀀텀닷(QD·양자점) 기술 관련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피고는 삼성전자,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삼성전자 미국법인, 삼성종합기술원, 삼성디스플레이 등 5곳이다.

퀀텀닷은 빛을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에너지 효율과 화질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소재로 알려졌다. 나노코는 삼성이 관련 제품을 생산, 판매하면서 자사가 등록한 QD 특허 5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삼성과 LCD 모듈 소재 개발을 협력하는 과정에서 퀀텀닷 샘플을 제공하는 등 관련 기술을 공개했고, 삼성이 이를 활용해 QLED TV를 개발하고 판매해 승승장구했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퀀텀닷 기술을 활용해 QLED로 시장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삼성을 견제하는 동시에 시장에서 주목 받을 수 있는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해 소송를 제기했다는 업계의 관측이 나온다.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터키 가전업체 아르첼릭과 특허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최근 아르첼릭은 LG전자가 세탁기 구동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독일·프랑스에서 각각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의 경우 지난해 9월 LG전자가 아르첼릭, 베코, 그룬디히 등 3개사를 상대로 양문형 냉장고에 채택한 독자기술 '도어 제빙'을 침해했다며 독일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맞소송 성격으로 이뤄졌다.

LG전자 측은 아르첼릭이 소송한 해당 세탁기 특허는 이미 만료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무효'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아르첼릭의 소송이 LG전자가 제기한 냉장고 소송에서의 불리한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아르첼릭의 제소에 대해 해당 특허가 무효이며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며 "아르첼릭이 생산하는 품목 중 LG전자의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확인되면 추가 소송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기업 간 특허 분쟁은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기업들은 대비 체계를 갖추고 있어 당장 큰 타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소송에 따른 금전적·시간적 비용과 인력 투입, 제품 개발 차질 등 피해가 있어 달갑지 않아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특허 분쟁이 주로 미국에서 벌어지는 만큼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특허 취득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특허정보업체 IFI클레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IBM(9262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471건의 특허를 새롭게 취득하며 14년 연속 2위를 기록했다. LG전자도 2805건으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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