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석유화학 불황···"사업철수·신사업·증설로 타개"
짙어진 석유화학 불황···"사업철수·신사업·증설로 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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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해 글로벌 공급 과잉,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다운사이클(하강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석유화학업계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업체들은 적자 사업 철수, 신사업 강화 및 증설 등을 통한 위기 타개에 안감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화케미칼·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법인으로 올해 출범한 한화솔루션만 태양광 사업의 선전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늘었다. 석유화학의 수익성 하락을 방어할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이 유효한 가운데 최근에는 비수익 사업을 정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연결 기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783억원으로 전년 대비 6.77% 늘었고, 매출도 9조5033억원으로 5.05% 증가했다. 케미칼‧첨단소재 실적 부진을 태양광사업으로 상쇄한 영향이 컸다. 

태양광 부문은 지난해 1~4분기 연속 흑자를 거두며 연간으로 22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0년 한화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이후 연간 기준 최대치다. 지난해 4분기도 연결 기준 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영업손실 959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케미칼 부문은 원료비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요 감소 여파로 폴리에틸렌·PVC 등 주력 제품의 판매가격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다. 

다만 연간 당기순이익은 폴리실리콘 생산설비에 대한 상각 처리 영향으로 24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한화솔루션은 이날 이사회에서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결정했다.

회사 측은 "폴리실리콘 판매가격이 생산원가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상황이라 가동률을 높일수록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지난해 폴리실리콘 사업의 연간 적자는 500억~8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OCI도 군산공장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OCI는 지난 11일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군산공장은 반도체용, 말레이시아공장은 태양광용으로 생산을 이원화할 것"이라면서 "군산공장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으로 최소 25% 이상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정기보수와 일부 설비 보완을 통해 폴리실리콘 사업을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생산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P1 생산라인의 경우 5월 1일부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예정이다. 

OCI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1807억원으로 2018년(1587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연간 매출액도 2조6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도 8093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4분기도 6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432억원) 대비 적자 폭이 늘었다.

이같은 실적 부진에 김택중 OCI 대표이사는 기업설명회(IR)에서 "어느 때보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보여드려 송구하다. 사업재편을 빠르게 완료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면서 시장 참여자와 주주들에게 직접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OCI는 2018년 하반기 이후 중국 시장 위축에 따른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과 경쟁사 신규 증설 물량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한화솔루션도 중국 등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사업 중단으로 국내에서는 더 이상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 생산되지 않는다. 

비주력 사업을 타사에 양도하는 트렌드도 이어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7일 SK머티리얼즈에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전자소재 부문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SK머티리얼즈는 해당 사업을 400억원에 인수하고 관련 자회사를 이달 중 설립할 예정이다. 2005년 금호석유화학은 국내 최초로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를 양산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기술격차를 뛰어넘기 위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와 인내심이 요구되지만 화학전문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규모에서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33.6% 감소했다. 매출액도 4조9779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0.9% 줄었다. 4분기만 살펴보면 영업이익은 161억원, 매출은 1조18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9%, 12,3% 급감했다. 수요 악세와 가격 경쟁 심화 영향으로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및 합성수지의 수익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빅2'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불황 타개를 위해 신사업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LG화학은 전지 부문 강화를,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사업 확장을 위해 합병·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늘어난 28조6250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956억원으로 전년 대비 60.1%나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3761억원으로 전년보다 75.2% 급감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의 영향으로 4분기도 2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이유는 전지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주효했다. 이에 올해 자동차전지 출하 증가에 따른 매출 확대와 신규 증설 시설의 수율 안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전망하고 있다. 

LG화학은 2차전지 부문의 분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회사는 "사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 "사업 방식이 상당히 다른 석유화학과 전지 사업이 한 회사에 같이 있어 장점도 많지만 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검토하게 됐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롯데첨단소재 합병에 이어 영국 소재 PET 생산·판매 자회사인 LC UK를 매각했다. 중장기 전략에 맞춰 질적 성장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어나간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조1076억원, 매출액은 15조1235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각각 43.1%, 5.9% 감소했다. 다만 4분기의 경우 14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2.2% 늘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증가와 대외 불안정성에 따른 수요 위축 영향이 컸다"며 "정유사와의 합작을 통한 원료 다변화와 PC(폴리카보네이트), EOA(산화에틸렌유도체) 등 생산설비 증설로 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투자도 진행된다. 롯데케미칼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에탄크래커(ECC) 부지 내 1조원 정도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현재 에틸렌 연산 40만t 추가 증설을 예상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시기와 제품 구성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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