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노무현 정부와 다른 '금융중심지' 전략
[데스크 칼럼] 노무현 정부와 다른 '금융중심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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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DLF(파생결합펀드), 올해는 라임 펀드 등 구멍난 금융 이슈 처리만 해도 힘겨워 보이는 가운데 ‘금융중심지(금융허브)’ 논의는 뜬금 없어 보일 수 있다. 와중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잇따라 외국계 금융사 CEO들을 만나 금융중심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규제완화 등 원론적 수준의 얘기가 오고간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중심지 논의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확연히 다른 스탠스로 보인다. 문 정부가 노 정부를 계승한 것처럼 보임에도 금융중심지 만큼은 서로 다른 점은 무슨 연유일까.

노 정부에서는 지금의 금융중심지인 '동북아 금융허브' 과제를 7대 전략과제 중 하나로 내세울 정도로 큰 국정과제였다.

문 정부에서는 금융중심지가 서울에서 부산, 전주 등으로 금융기관 이전 식으로 지방 분권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그 개념부터가 노 정부와는 확연히 다르게 접근되고 있다. 금융중심지는 금융산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현 금융당국은 금융중심지 관련 조직을 갖추고 있다. 금융중심지 관련 법령이 있기 때문인데 하는 일에 비해서는 외형상 제법 조직을 갖춘 형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국 내 글로벌금융과에서, 금융감독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 직할로 금융중심지지원센터를 두고 금융중심지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특이점은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서 해외진출지원팀도 운영,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데 이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노 정부는 금융중심지를 핵심과제로 설정, 금융을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금융을 산업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다. 일본과 중국에 끼여 향후 국내 제조업의 입지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너트 크래커 가설의 극복책이었다.

노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윤증현씨는 당시 국회 금융정책연구회 창립총회 축사에서 “금융은 실물경제 지원 역할을 강요받지만 선진국 사례를 보면 오늘날 금융산업은 그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가경제적으로 중요한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금융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물(산업)이 우선이고 금융은 후선에서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요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당시에도 이같은 주종적 관점의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부 차원의 정책적 접근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문 정부에서 금융 부문의 규제완화는 금융산업(기관)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같은 맥락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있다. 다시말해 실물경제를 뒤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따라서 금융중심지 정책이 주목을 못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뜨거운 이슈 ‘데이터 3법’ 통과도 금융보다는 실물, 그중에서도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깊게 연관돼 있다. 최근의 라임 펀드 사태도 코스닥벤처펀드가 벤처기업 투자시 공모주 외 유동성이 떨어지는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도 허용한 영향도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면 금융중심지 정책은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가. 아직 이에 대해서는 방향성은 커녕 논의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은 뒤늦게 금융중심지 논의에 착수했는데, DLF·라임 펀드 등 연이은 최근 불거진 이슈들에 따른 불끄기에도 힘에 부쳐 보인다.

지방분권 차원의 금융중심지 접근은 금융중심지 본 개념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중국이 상하이를 금융중심지로 육성하려 하는데 우린 서울 하나에 집중해도 금융중심지 육성이 가능할지 의아한 상황에서 지방 분권으로 가고 있다. 4월 총선이 다가오며 국가적 방향성보다는 지역 표를 얻기 위한 유인책도 우려된다.

때문에 금융중심지 방향에 대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외국인 금융기관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우리 금융중심지를 세계적인 금융자본의 중심 축 중 하나로 육성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미 노 정부에서도 보여주고 실패한 일이다.

기본적인 인프라도 미흡하다. 외국계 금융사 임직원들이 한국에서 일하기 위한 언어적·문화적 인프라는 물론 어린 자녀가 다닐 유치원 하나 마땅치 않다.

노 정부에서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문 정부의 금융중심지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외국계 유치+지방분권+국내금융사의 해외진출 등이 범벅된 애매한 금융중심지 전략을 다듬어야 한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를, 일본은 도쿄를 내세워 금융중심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핀테크와 같은 이슈까지 더해 금융중심지 개념이 과거와 달라지는 만큼 최소한 인접국가와의 경쟁력을 감안해 금융중심지 개념과 방향성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핀테크 부상과 금융사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금융중심지 발전 방향과 관련해 금융당국 외 개인정보보호소관인 행정안전부, IT 소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지어 유치원·언어·금융지식 등과 관련한 교육부 등 범 부처적으로 협업·고민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금융당국 두 수장이 최근 외국계 금융사 대표들을 만난 것으로 올해 금융중심지 관련 일을 다한 냥 해서는 안된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모두 국제금융 전문가 출신이다. 중소벤처기업 지원 장관 역할도 필요하겠지만 금융 전문가에 걸맞은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금융중심지는 외국계 금융사의 한국 내 역할 외 국내 금융사의 국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부국장 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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