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이달 기준금리 인하 아니다" 우회적 표명
이주열 총재 "이달 기준금리 인하 아니다" 우회적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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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하방압력으로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이 대두되는 데 대해 "국내 경제상황을 지표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악화가 경제지표로 확인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의) 효과도 효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 모두발언에서 '시중 유동성을 계속 여유 있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서는 "금리인하까지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금리를 내린 전례가 있다는 지적에는 "그때는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기에 들어섰을 때고, 지금은 바닥을 지나 회복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장은 코로나19가 우리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금융·경제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이런 관측은 힘을 얻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 총재의 의견조율 과정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5월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처음으로 나온 뒤 경기 위축에 대한 선제대응으로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사례가 있다. 정부는 그해 7월 국무회의에서 12조원 규모의 '메르스 추경'을 의결했었다. 

글로벌 경제 예측기관들은 우리경제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이달초 "코로나19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이라며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2.2%로 하향조정하고, 한은이 이달 0.25%p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경제지표 악화의 실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은이 집계하는 수출입물가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소비자심리지수(CCSI) 외에 통계청의 물가동향, 기획재정부의 고용동향 등은 모두 코로나19 공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인 1월 지표가 최신이다. 

수출의 경우 관세청은 이달 1~10일 수출이 10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4%(43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4~6일 설 연휴에 따른 기저효과(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를 감안해도 큰 증가폭이다. 

이 총재가 "코로나 19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로 확산될지, 지속기간이 얼마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경제 영향을 예단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때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 즉 경제지표 의존을 강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달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이 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이날 국채선물 가격이 하락(채권금리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도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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