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와 '빛 좋은 개살구'
[기자수첩]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와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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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한지 9개월이 지난 현재.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달 전문가그룹 위원 11명이 졸속 진행을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하는가 하면 뒤바뀐 공론화 순서로 인한 지역갈등, 속기록 비공개 등 운영상 문제가 한데 얽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위원회는 이르면 3월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입장이지만 재검토위의 행보를 봤을 때 제대로 된 '공(公)론화'가 가능할 것이냐는 의구심이 높다.

17차 회의에서는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의 의견수렴범위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18차 회의에서는 회의장에 수십명의 참관인들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비공개 통보했다. 참관 제도 자체가 구색 맞추기 아니냐는 것. 속기록도 비공개인 마당에 회의록도 부실하다. 시민단체가 보낸 질의에 대한 답변 방식을 두고서도 몇 달째 논의 중이다. 또 전국공론화 이후 지역공론화를 실시한다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경주지역기구 우선 설치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그룹 위원들은 불과 2개월의 전문가 회의 결과를 근거로 공론화를 계획하고 있다며 집단 탈퇴했다. 이전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에 참여했지만 오히려 뒷통수를 맞았다며 아우성이다. 정책 재검토는 없고, 정해진 수순에 따라 여론조사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공론화는 '숙의 민주주의 1호'라 불렸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달리 찬반 결정을 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그야말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론화를 진행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집중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공론화 시작 전 미리 준비해야할 사안들도 정리하지 않은 채 여론조사부터 실시한다면 '공(空)론화'에 그칠 수밖에 없다. 재검토위는 산업부 임시자문기구에 불과하다. 이는 수없이 지적된 문제다. 공론화 이전에 관련 정책을 독립·체계적으로 운영할 국가 차원의 방폐물관리위원회 설립부터 필요하다. 공론화는 체계가 마련된 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용어부터 어렵다. 본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핵발전소가 밀집된 이상 '에너지 정의'와 에너지 정책은 불가분의 관계다.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관심을 가질 의무가 있으며, 일반인들도 어렵더라도 일정 수준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해야만 한다. 공론화 진행을 위해 정부는 시민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부터 제공할 의무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공론화할지도 모르는데 제대로 된 의견을 물을 수 있을까. 

'공론화', '직접 참여', '자율 결정' 등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능동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시민들이 숙의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는데 대놓고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공론화로 결정됐으니 정부는 모른다', '다수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책임 소재 물타기' 혹은 '책임 전가식' 공론화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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