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구진 "멸종위기 '천산갑' 중간 숙주 가능성, 99% 일치"
中 연구진 "멸종위기 '천산갑' 중간 숙주 가능성, 99%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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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약재·보양식으로 고가에 밀거래
천산갑(사진=연합뉴스)
천산갑(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제 멸종 위기 동물이지만 중국에서는 보양 식품이나 약재로 쓰이는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신종코로나)의 중간 숙주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화난농업대학 연구진은 7일 "야생동물한테서 추출한 1000개 샘플을 검사한 결과, 천산갑에서 나온 균주 샘플과 확진 환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이 99%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과 통제에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는 자연 숙주인 박쥐에서 발원한 뒤 중간 매개체를 통해 인간한테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천산갑은 등이 단단한 껍데기로 뒤덮인 포유류. 천산갑이라는 이름도 산을 뚫을 정도의 껍데기를 가졌다는 의미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중국, 한국 등 100여개국 이상에서 거래가 금지돼 있지만 밀거래되고 있다. 천산갑의 고기나 비늘 등은 중의학 재료이지만, 보양식으로도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5년 한 홍콩 유명 시계업체 회장의 아들이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공무원을 만나 접대를 받으면서 천산갑 요리를 대접 받은 후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함께 식후 소감을 올린 적이 있다. 그 내용은 "매우 맛있고 야생의 맛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에서 '천산갑 공자(公子) 사건'으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됐다. 2011년에는 광둥성 선전 출신으로 알려진 한 여성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천산갑탕, 천산갑 껍질 볶음밥을 먹었다는 글을 올렸다가 중국 정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천산갑에서 전이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인과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바이러스 전문가 에드워드 홈스는 "흥미로운 관찰"이라며 "좀 더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다른 자료에서도 천산갑이 2019-nCoV(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운반한다는 결과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처음 전파됐을 것이라는 중국 연구진의 분석이 나왔다. 가오푸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지난달 22일 연구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높은 유사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과일박쥐를 숙주로 삼는 'HKU9-1' 바이러스에 주목, 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조상뻘로 지목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는 박쥐일 수 있다"며 "다만 박쥐와 인간 사이에는 알려지지 않은 중간 매개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중간 매개체가 뱀이라는 연구도 나왔으나 이번 연구 결과, 천산갑에서 나온 균주 샘플과 확진 환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이 99%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중간 매개체가 천산갑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우한 폐렴 진원지로 지목된 화난 시장에서는 천산갑, 악어, 고슴도치, 사슴 등 각종 야생동물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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