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의 '준법 경영', 지멘스 본 받아야
[기자수첩] 삼성의 '준법 경영', 지멘스 본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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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는 염원을 담은 갈망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이를 가리켜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재벌 중심의 성장은 뇌물·횡령·비자금 조성 등 부작용도 함께 낳았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는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재벌개혁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국민권익위원회 윤리연구소 인사이트에 따르면 독일을 대표하는 지멘스는 지난 2006년 말 공금횡령·분식회계·뇌물 제공 등 부패 추문에 휘말렸다. 기업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경영 위기 사태까지 닥쳤다. 당시 지멘스의 횡령 액수는 1억 유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기업 간부들 개인 계좌에서도 수천만 유로의 비자금이 발견됐다. 또 정치인 등에게 건넨 뇌물 액수도 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패 추문으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간 지멘스를 구한 것은 '준법 경영'이었다. 지멘스의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페터 뢰셔 회장은 부패에 대한 '제로 톨레랑스(tolérance, 무관용)' 준칙으로 전담 준법감사인 제도를 도입했다. 유능한 직원도 준법을 위반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징계했다. 한국 지멘스의 경우에도 고객에게 식사나 선물을 제공할 시 사전에 회사의 승인과 준법감시인의 자문을 얻어야 한다.

준법경영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지멘스는 2017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평가 1위로 선정됐고 부패 대명사에서 청렴 대명사로 거듭났다.

지멘스의 이런 사례는 현재 국정농단 사건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은 최근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준법감시위원회가 모델로 삼고 있는 것도 지멘스 사례인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해 10월과 12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위법행위를 강요해도 원천적으로 차단할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문해 만들어졌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5일 첫 회의를 열고 7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를 통해 대외에 지출하는 후원금 감시, 최고 경영진에 대한 성역 없는 감시활동 등 앞으로 행보를 알렸다.

하지만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킨 삼성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애초 재판부는 '준법감시기구 설치가 재판 결과와 무관하다"고 했지만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준법감시기구는 '이재용 구하기용'이라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어쨌든 삼성은 철저한 준법 경영 의지를 드러내며 준법감시기구를 출범시켰다. 삼성 스스로가 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도 자발적으로 준법감시위의 독립과 자율을 '확약'해 삼성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준법경영을 선도적인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고 확산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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