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시진핑 책임론'으로 전이···"나라 망쳤다"·"물러나라"
'우한 폐렴', '시진핑 책임론'으로 전이···"나라 망쳤다"·"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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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누리꾼들, 공개 성토
"언로 막혀 초기 대응 실패"
우한 임시 병원에 수용된 신종코로나 환자들(사진=연합뉴스)
우한 임시 병원에 수용된 신종코로나 환자들(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슈팀] 중국 전역에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종코로나)이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그 책임을 묻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고의 명문 대학인 칭화대학 법학 교수인 쉬장룬은 최근 여러 해외 웹사이트에 게재된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통해 "신종코로나 초기 대응이 실패한 것은 중국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쉬 교수는 신종코로나 확산 초기에 의료계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당국이 이를 억누른 것을언급하면서 "공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완전히 봉쇄됐으며, 이로 인해 사회에 조기 경보를 울릴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재하에서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무너졌으며, 그 건설에 30년 이상 걸린 관료들의 통치 시스템은 가라앉고 있다"며 "정부는 관료들의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성과를 낼 의지가 없는 용렬한 관료들만 넘쳐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번 글에서 쉬 교수는 시 주석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을 일컫는 용어인 '핵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를 비판했다.

쉬 교수는 지난 2018년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개헌을 비판했다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후 그는 출국 금지와 중국 내 저작물 발행금지 처분까지 받았다.

중국 인권변화사인 쉬즈융도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무역전쟁, 홍콩 시위, 신종코로나 확산 등 주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시 주석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 주석의 정치 이데올로기는 혼란스럽고, 통치 모델은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완전한 사회적 안정만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중국을 망쳤다"며 "당신(시 주석)은 악당은 아니지만, 능력 있는 사람 또한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7년 전 나는 당신에게 중국을 민주주의와 헌법을 존중하는 나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당시는 나를 감옥에 집어넣었다"며 "이제 나는 다시 감옥에 갈지 모르지만, 인민을 위해 다시 한번 당신에게 물러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쉬즈융은 지난해부터 강도 높게 펼쳐지고 있는 중국 당국의 인권운동 탄압을 피해 지난해 말부터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작가 쉬카이전도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방정부의 행동 부족과 행동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반부패 운동의 압박으로 고위 공무원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무원은 자리 보전에만 관심을 갖고 있으며 상사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다 (인민이 아닌) 상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고 비판했다.

민심 악화에 대응해 시 주석은 5일 오후 중앙전면의법치국위원회 제3차 회의를 주재하고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신종 코로나 확산 저지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언론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중국 당국이 국영 및 상업 언론매체에 신종 코로나 해결 노력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인 활동과 성과’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보도할 것을 요구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미국 CNN은 전날 '중국은 시진핑이 신종코로나 대응을 지휘한다고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는 보이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 주석은 신종코로나 대응을 직접 지휘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며칠간 인민일보나 중국중앙(CC)TV에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최고 지도자의 사소한 일정까지 보도하던 관영 매체에서 시 주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자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글은 곧바로 삭제된다고 전했다.

방송은 "중국 공산당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바로 시 주석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우한 관료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지만, 이것이 신종코로나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커져만 가는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에 부족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곳곳의 누리꾼들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정부의 정보 통제와 초기 대응 실패, 우한의 의료물자 부족 등을 비판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과거 원전 폭발 사건의 축소와 진상 은폐에 급급했던 옛 소련 관리들의 모습을 고발한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 리뷰를 온라인에 올렸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중국 정부가 시 주석 책임론을 희석시키려 한다고 분석보도했다. 중국 국영매체들이 지난 3일 “시 주석이 중국 정부의 대응을 직접 지시했다”는 표현 대신 “중국 정부 대응이 집합적으로 지시됐다”로 바꿨다고 했다. 또 시 주석 대신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를 ‘중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대응 영도소조’ 조장으로 내세운 것도 책임론으로부터 시 주석을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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