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글로벌시대의 전염병
[홍승희 칼럼] 글로벌시대의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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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인한 우려가 걱정을 넘어 공포로 확산되는 게 아닌가 싶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확진자가 나오니 전체 아파트 주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들은 참석자가 대폭 줄어 썰렁해지기 일쑤다. 일부 학교들은 휴업 결정이 내려졌고 겨울방학이 봄방학까지 아예 연장되는 곳이 많다.

전염력이 매우 강한 질병인 만큼 조심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특히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에 특별히 신경 쓸 필요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다만 이런 조심성이 근거 없는 공포로 확산되는 것 또한 병 그 차체 만큼이나 우려할 일이다.

대중적 두려움의 기저에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중국 정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는 불신감이 짙게 깔려있는 듯하다. 정보 통제를 실시한 전력이 있는데다 이번 사태에서도 현장의 소리들을 통제하는 모습들이 여러 경로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들갑을 떨며 사태를 과장해 대중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에도 문제가 있다. 게다가 지역봉쇄를 당한 채 치료 약품, 장비, 병상마저 부족해 겁에 질려있는 우한 현지로부터 나오는 유투브 방송이나 각종 SNS를 통해 전해지는 비명같은 소식들을 과거 어느 시절보다 적나라하게 접할 수 있게 된 오늘날의 정보물결은 심리적 동질화를 쉽게 이루게 한다.

언로를 차단하는 것이 의심을 키우는 현상도 문제지만 무책임한 선동을 언론자유로 치환시키는 파렴치함도 심각한 문제다. 무책임한 선동이 도를 넘으면 관리하는 입장에서 통제를 넘어 억압하려는 욕구를 자극할 우려 또한 커져 이래저래 다 위험한 행위가 된다.

어느 정치인은 상황 파악도 되기 전에 중국인 입국 금지부터 외쳐대기도 하지만 우리는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고 최근 확진자 중에는 중국 아닌 지역에서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만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이동이 활발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이동 자체를 막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또 공식루트가 막히면 비공식루트가 열리면서 통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도 커지는 데 적어도 국가의 미래까지 내다봐야 할 정치인들이 할 언행은 아닌성 싶다.

현재 한국의 방역체계는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 완벽하기야 할까마는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방역시스템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방역체계를 배우고 본받으려 하는 수준이다.

인권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시스템 운영이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니지만 벌써 몇차례 중국발 전염병에 대처해온 한국의 노하우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개인 위생에 치밀하게 대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시스템 운영에 대한 지나친 불신은 불필요한 불안감을 키울 뿐이다.

문제는 산업계다. 현대자동차가 중국으로부터의 부품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임시휴업에 들어간 것은 우한폐렴사태의 진행정도에 따라 단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염려를 놓기 어렵다.

중국과의 직접적인 수급관계가 있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대외활동 자체가 위축되다보니 유통업계도 그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긴급한 필요가 아니면 쇼핑은 뒤로 미루는 게 일상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의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아직 다 수습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비상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걱정스럽다. 이미 고속성장시대를 마감한 한국 경제가 앞으로도 종종 이런 암초를 만나며 고전할 것을 생각하면 이 사태가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염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한일 경제전쟁에서는 한국 정부와 기업, 일반 국민들까지 합심하여 큰 타격없이 오히려 몇몇 대목에서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었다.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상황을 역전시킬 힘을 만들어냈다. 전염병은 좀 다른 문제이긴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의학이나 제약기술이 이번 문제 해결에 일정 수준의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한국의 저력을 스스로 믿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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