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조사위 "ESS 화재 원인 '배터리 이상'"···삼성‧LG "근거 불충분"
2차 조사위 "ESS 화재 원인 '배터리 이상'"···삼성‧LG "근거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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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곳 중 4곳 배터리 문제"···1차 조사 결과 뒤집어
"'판단' 아닌 '추정'" 신중한 표현에도 타격 불가피
LG화학, 2017년 중국 난징공장 배터리 전량 회수
지난해 8월 30일 예산에서 발생한 ESS 화재. (사진=예산소방서)
지난해 8월 30일 예산에서 발생한 ESS 화재. (사진=예산소방서)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해 8월 이후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 5건 중 4건의 원인이 '배터리 이상'이라는 2차 조사위원회의 결론이 나왔다. 추가 화재에 대한 조사 결과가 1차 조사위원회와는 다른 방향으로 도출된 셈이다.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들은 화재와 배터리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이번 조사 방식은 과거 화재 분석과 추후 발생할 사고를 방지하는 단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진행성 불량'과 화재와의 연관성을 분석하는데 실마리가 된다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ESS 화재 2차 조사단은 최근 발생한 5건의 ESS 사고에 대한 원인과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1차 조사위 발표 이후 현재까지 LG화학 배터리 관련 화재는 예산·군위·하동 3건, 삼성SDI 관련 화재는 평창·김해 2건이다. 2차 조사위는 하동 사업장을 제외한 4곳의 사고 원인을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번 조사단은 1차 조사위 결과와 사고 사업장의 운영기록 등을 분석하고 현장조사, 배터리 해체·분석, 유사 ESS현장 검측, 입체 단층 촬영(3D X-ray CT) 검사 등을 실시했다. 주목할 점은 배터리 소실로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경우 사고 사업장과 동일 시기‧모델로 설치된 유사 사업장을 분석했다는 점이다. 유사 사업장에서 EMS, BMS 등 운영기록을 근거로 전압이 낮고 편차가 많이 발생한 배터리를 해체해 입체 단층 촬영, 물성분석 등을 통해 이상 상태를 확인했다는 것. 유사한 배터리 분석으로 사후 화재 발생을 예방한다는 차원이다. 

조사위는 예산·평창·군위·김해의 경우 다른 사업장에서 발화지점과 유사한 방전 후 저전압, 큰 전압편차를 보인 배터리를 분석해 배터리 이상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했다. 김해 사업장의 운영기록을 분석한 결과 6개월 동안 화재가 발생한 지점의 배터리셀 간 전압편차가 커지는 경향도 확인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공동조사단장인 김재철 숭실대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실제 불에 탄 배터리를 이용해 분석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불이 나지 않았지만 운영 중인 인근 사이트나 현장의 소실되지 않은 배터리를 수거해 분석했다"면서 "향후 이같은 배터리를 지속 사용할 경우 불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판단'이 아닌 '추정'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배터리 '결함'과 '이상'의 차이를 명확히 했다. 김 교수는 "이상 범주는 제조시 확률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과 운영상의 과충전‧과방전, 열화로 인해 배터리 용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저전압 현상 등이 포함된다"면서 "운영과 제조상 문제들이 결합돼 앞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열화란 정상적인 배터리보다 훨씬 많이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배터리 열화가 반드시 화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장 4곳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은 열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열화 현상이 화재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SOC 등 다른 운전 변수 영향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평창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이 SOC를 70%에서 9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사위는 95% 이상의 높은 충전율로 운영하는 방식과 배터리 이상 현상이 결합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만충에 가까운 조건에서 충방전을 반복해 운영했고, 만충 후 대기시간도 길어 배터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도 확인됐다. 조사위가 추가 안전대책으로 기존 ESS 설비 SOC 햐향 권고와 함께 신규 설비에 대해서는 80%(옥내) 혹은 90%(옥외)로 제한을 둔 이유다. 

'이상'이라는 용어의 사용 이유는 4건의 화재들이 열화, 즉 배터리의 유발된 '진행성 불량'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유사 조건의 사업장 배터리를 분석한 조사 방식의 의미는 SOC 변수를 포함해 가동 중인 다른 사업장에도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조사위 발표에 포함된 내용들은 공정상 결함인이 아닌 배터리 운용 중 관찰된 현상들이므로 진행성 불량의 근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모듈을 구성해 충·방전을 지속했다고 가정하자. 1000개의 배터리셀이 각각 1000사이클 돌아갔을 때 용량 감소 패턴은 다르다"면서 "1000사이클 돌린 후 각각의 셀 분석을 해보면 셀 간 잔량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된다. 단전지 용량이 다른 것이 모듈로 묶여있으니 문제가 되는데 이 편차를 줄이는 것이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조사위의 발표에 대해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LG화학의 경우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2017년 중국 난징(南京)공장 생산된 배터리 전량을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했다.  

신영준 LG화학 ESS전지사업본부장은 "화재 원인을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해당 배터리의 교체를 결정했다"면서 "화재 확산방지를 위한 특수소화시스템을 국내 400여 곳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배터리를 진단·분석·예측할 수 있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국내 ESS 사업장 250여곳에 대해 배터리 교체를 실시하며, 비용은 자체적으로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임영호 삼성SDI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실험을 통해 열화와 안전성은 관련없다는 입장을 조사위에 지속 전달했다"면서 "열화는 라이프사이클을 거치는 동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므로 화재 원인을 특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와 국내 사업장의 상용 시나리오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좀 더 들여다봐야 될 부분이 있다. 해외와 동일한 케이스가 만들어지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기업의 분석 내용을 참고했으며, 소명 의견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두 제조사가 브리핑 전 배포한 설명자료 중 일부 내용은 조사위 활동 당시에도 주장하던 의견"이라면서 "정말 세부적인 부분까지 조사 결과에 포함시키면 기업에도 위험 요소가 크기 때문에 자료 제작에 완급 조절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의 이상 상태를 좀 더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한 제조자는 반박에만 그치는 듯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2차 조사 기간 동안 삼성SDI는 자체적으로 배터리 관통시험을, LG화학은 국내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 사업장 한 곳을 빌려 실증재연시험을 실시했다. 현재 셀·모듈 단위 시험은 국내에서 가능하지만 랙 단위 규모의 시험이 가능한 곳은 없다. 조사위 관계자는 "LG화학의 시험은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 "제조사 측은 필드 환경 영향을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실증재연시험은 실제 화재가 발생했던 사이트와 비슷한 조건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어느 정도의 가혹 조건을 적용해 돌려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비슷한 조건'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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