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지난해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이 도입된 가운데, 올해 상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국민연금의 권한이 확대됐다. 이에 올해 첫 주총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과도한 주주권 행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를 개최했다.
해당 세미나를 통해 경제계 단체들은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며,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부터 상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오는 3월 주주총회부터 국민연금은 경영참여를 선언하지 않고도 주주제안이나 이사 해임 청구 등이 가능해졌다. 경제단체들은 방대한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국내 민간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방대해졌지만, 정부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관치와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국민연금이 방대한 기금을 운용하는 만큼, 민간기업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으며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커질것"이라며 "국민연금 설립 목적이 국민들의 미래소득 보장에 있는 만큼, 정부가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일부 기업의 위법 행위는 관련법을 통해 처벌하면 되는데, 정부가 나서서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들을 제재하겠다는 발상은 기금설립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최 전 장관은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개입 논란을 잠재우려면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제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연금위원회(가칭)'를 복지부에 설치해 기금운용 간섭은 금지하고 감독 기능만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 국민연금위원회 산하에 기금운용위원회를 두 세계 최고의 기금운용 전문가들로만 위원들을 구성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경제계 전문가들도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참석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곽관훈 선문대학교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 판단과 의결권 행사는 투자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전문가들의 의사결정을 관리·감독하는 기능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수석위원은 "이해관계자 중심의 현행 기금운용위원회는 독립성과 전문성이 매우 부족하다"며 "새로운 기금운용위원회는 전원 민간투자 혹은 금융 전문가로 개편해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 수익률 극대화에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국내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기금운영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이유로 기업 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며 "경영권 방어수단이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