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레기의 항변
[데스크 칼럼] 기레기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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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빗나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로 국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시기에 중국 '우한교민'이 전세기로 돌아온다 해 이들에 대한 방역대책이 궁금했다

전세기로 돌아오면 그들이 묵을 장소는 어떻게 되는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냥 집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그럴 경우 감염 확산 우려가 있을텐데 대책은 있는 것인지 여러 의문이 들었다.

때문에 전세기로 우한교민을 데려오기로 한 방침이 언론에 흘러나올 때 우한 교민의 귀국 직후 방역대책, 특히 이들이 묵을 지역과 시설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교민들을 바로 귀가 조치하지 않고 수용한다는 것만으로도 정부가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민이 생겼다. 가뜩이나 불안감이 증폭할 때 지역명과 특정시설명을 기사화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에 대한 자문이었다.

팩트를 확인한 날에도 기사를 송고하지 못하고 설 연휴가 끝나는 마지막 날 저녁에야 기사를 내보내기로 결심했다. 이들이 귀국한 이후의 조치가 국민의 알권리와 스스로 방어해야 할 권리 등도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만 기사를 최대한 신중히 다루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설 명은 노출하지 않고 천안 지역명만 언급하기로 했다. 또 천안도 제목에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 조회 수는 폭발적이었다. 댓글에는 왜 하필 천안에 우한교민을 데려오느냐와 같은 '내 지역은 안된다'는 반대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이런 기사를 본적이 없는데 가짜뉴스가 아니냐, 기레기라는 내용도 많았다.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했지만 우한교민이 천안 지역에 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댓글로 도배된 것은 의외였다. 가짜뉴스, 기레기라는 욕 정도야 언론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현실을 감안하면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교민은 자국 국민이 아닌 냥 반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에 실망감도 있었고, 얼마나 걱정했으면 이 정도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댓글이 천안 시민의 전부를 대변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천안 대신 아산과 진천으로 분산 수용키로 했을 때도 두 지역의 주민은 반대했으나 결국 이를 철회하고 우한 교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뿌듯한 일이다. 기레기, 가짜뉴스는 다음날 한 매체의 단독 보도라는 타이틀로 천안이 제목에 적시되고 구체적인 장소까지 언급돼 명예회복(?)은 했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지역은 안된다는 식의 반응은 아직도 많은 여운을 남긴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 라는 한 아산 지역민이 자신의 사진과 함께 손팻말을 SNS에 남긴 것이 위로가 됐다.

부국장 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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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2020-02-04 05:46:44
기레기가 아니고 싶어서 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