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디자인의 최대 고민거리는 ‘0’이 무려 5개나 되는 10만 원권의 숫자 디자인. 10만 원권이 발행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화폐 최고 액면 숫자가 가장 큰 나라가 된다. 저액권과 마찬가지로 ‘100000’이란 숫자가 가득 들어찬 지폐를 만들기가 웬지 꺼림직하기 때문이다. 모양새도 좋지 않다.
한은 홈페이지에는 고액권 숫자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100000’ 중 뒷부분 ‘0’ 세 개는 작게 표시하자”, “‘100,000’처럼 끊어 쓰자”, “105처럼 10ⁿ 표현을 써 보자”…. 이런 아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은은 터키 등 몇몇 나라의 고액권 숫자 디자인의 사례를 수집했다. 참고하기 위해서다.
2005년 화폐 액면 단위를 1000분의 1로 줄인 터키는 2001년부터 화폐개혁 직전까지 ‘0’이 무려 7개인 ‘20000000리라’ 고액권을 사용한 바 있다. 당시 터키는 ‘0’의 크기와 색상, 채도 등을 각각 다르게 했다. 앞의 ‘20’은 크게 자주색으로, 뒤의 ‘0’ 6개는 작게 녹색으로 하되 뒷부분 ‘0’은 세 개씩 밝기를 달리했다.
반면, 인도네시아의 10만 루피아는 ‘100000’으로 모든 숫자를 같은 크기로 나타냈다.
한은은 일단 다른 지폐와 식별하기 쉬워야 하고, 위변조가 힘들어야한다는 기본 원칙을 정했다.
이밖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이 편하고, 누구나 갖고 싶은 디자인일 것 등도 고려대상이라고 한다.
한편, 고액권 디자인 내용은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새 지폐 발행까지 1년여 남은 터라 위조 및 변조 행위를 막기 위해 디자인 실물은 내년 하반기에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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