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 때 아냐"···서울, '매수자 우위' 시장 형성
"집 살 때 아냐"···서울, '매수자 우위' 시장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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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vs 매수 눈치싸움 치열···거래 절벽 심화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pixabay)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pixabay)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수자 우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전까지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 집주인들의 콧대가 높았다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강화된 대출 규제가 매수자들의 움직임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4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26건)보다 16.6% 감소했다. 실거래신고 기한이 거래 체결 후 60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2000건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거래량이 2000건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지난해 2월(1454건) 이후 11개월 만이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공급 불안감이 매수를 부추긴 작년 10월(1만1515건) 1만건을 넘어선 후 11월(1만1479건), 12월(7532건) 등 3개월 연속으로 거래량이 급감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싸움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기대감과 세금·대출 등 규제를 담은 12.16대책으로 적지 않은 매매 대기 수요가 관망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그중에서도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9억원 초과 아파트도 9억원 초과분에 대해 담보대출인정비율(LTV)를 기존 40%에서 20%로 낮춘 대출 규제가 매수세를 잠재웠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권에서 재건축 아파트 위주로 급매물이 나오고 있음에도 거래가 잠잠한 까닭이기도 하다.

실제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시세 대비 1억원가량 낮은 18억원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는 직전 거래가보다 1억4000만원정도 낮은 20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있지만 좀처럼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때문에 강남권은 이미 '매수자 우위' 분위기가 수치화됐다. KB국민은행 리브온 조사에서 지난주 강남11개구 아파트의 매수우위지수가 99.5를 기록, 100 이하로 떨어진 것. 작년 10월 105.9를 기록, 9.13대책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으나, 12.16대책의 여파로 석 달 만에 처음으로 100을 밑돌았다.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매수우위지수는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다. 0~200 범위 내에서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매수자 많음'을, 100 이하로 내려갈수록 '매도자 많음'을 뜻한다.

업계는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할 경우 강남권뿐 아니라 서울 전체가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3월 이후가 관건이다. 오는 3월부터 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도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해서다.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실거래 신고 시에는 15종에 달하는 자금 입증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최근 국세청이 자금조달계획서 등으로 고가주택을 산 사람들의 자금 출처에 대해 전수 분석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은 터라 당분간 거래가 위축될 공산이 크다게 중론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로 집을 살 수 있는 활로가 막혔다"면서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매수자들이 진입을 할 텐데, 현재는 대출 규제와 더불어 자금 출처에 대한 전수 분석 등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거래가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속적으로 급매물이 확대되고, 그럼에도 매수세가 크게 붙지 않는다면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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